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소식에 “충격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경제단체가 ‘충격’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성명을 내놓는 것은 이례적이다.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황에서 삼성의 리더십 공백이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총수 공백’에 GDP도 타격
삼성이 사상 초유의 ‘총수 구속’ 사태를 맞으면서 국내 경제에 미칠 파장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삼성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한국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1·2차 협력업체 등에 미치는 악영향, 브랜드 이미지 훼손으로 인한 손해 등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매출총액은 약 300조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우리나라의 GDP가 1558조 6000억원(2015년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무려 19.2%에 달하는 규모다. 물론 삼성전자 등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올리는 매출이 훨씬 크다는 점에서 GDP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삼성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제조업 전체 매출액의 11.7%, 영업이익의 30%가 삼성전자 몫이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코스피 전체 시총의 20%를 차지한다.
삼성전자의 ‘존개감’은 지난 2015년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IMF가 주요 15개국의 대표기업 매출액이 자신의 국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2014년 기준)을 순위로 매긴 결과 삼성전자가 13.83%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 자료는 특정 국가가 특정 기업에 어느 정도 의존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사용된다.
시설투자도 지연되나 ..협력사들 ‘발 동동’
장기간 침체에 허덕이다 최근 반등에 성공한 수출도 이 부회장 구속으로 타격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매년 수 조원을 쏟아붓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시설 투자가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 수출액은 593조원(2015년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4%에 달했다.
이처럼 삼성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보니, 삼성의 리더십 위기가 한국 경제의 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경총 관계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경영 공백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와 국제신인도 하락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 구속이 단기적으로는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투자 집행 등에 있어 의사결정이 늦어져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 “이는 부품, 장비 등의 협력사에게도 악영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한국 경제에 큰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