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상·하원 지도부에 보낸 서한을 통해 “미국 부채가 오는 19일 법정 한도(31조4000억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의회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미국은 나랏빚 상한선을 법률로 정한다. 부채가 상한선에 가까워졌을 때 의회가 한도를 늘리는 식으로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이론적으로는 디폴트를 맞는다.
미국 예산관리국(OMB)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연방 부채는 30조9289억달러(약 3경8414조원)다. 옐런 장관은 “디폴트를 피하고자 특별 조치 시행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무원 퇴직 기금에 대한 지출 유예 같은 정부 차원의 조치로 버텨보겠지만 의회가 손을 놓으면 올해 6월 이후에는 재정이 고갈될 것이라는 게 옐런 장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새 의회는 출범하자마자 정치 공방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를 두고 “협상 불가”라고 밝혔다. 다른 사안과 연계하지 말고 한도를 증액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공화당은 지출 삭감 문제까지 같이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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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한도 논쟁 2011년엔 경제 위기설도
유일하게 세계 경제 위기설까지 불거졌던 게 2011년 8월이다. 여야 협상이 지지부진해지자,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최우량인 ‘AAA’에서 ‘AA+’로 낮췄다. 하지만 2011년 위기설도 시간이 흐르고 보니 정치적으로는 요란했지만 결국 ‘찻잔 속 미풍’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진 2011년 3분기 미국 연방 부채는 14조7903억달러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94.52%였다. 이후 수차례 한도를 증액해 현재(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는 31조9289억달러로 두 배 이상 불어났고 부채 비율은 120.23%로 치솟았다. 만약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였다면 당장 재정위기 공포가 커졌겠지만, 미국은 흔들림이 없었다. S&P는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고 있고 무디스와 피치는 최우량인 Aaa, AAA 등급을 각각 매기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세 곳 모두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이 그 정도로 빚을 냈다면 환율이 폭등(화폐가치 하락)하고 물가가 치솟았을 게 뻔하다. 유럽 역시 2010년 재정위기를 겪었으니, 오로지 미국만 굳건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세계 유일한 ‘달러화 패권국’의 특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미국이 달러화 패권을 쥔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로’에 가까우니, 미국 입장에서는 한도를 늘려 국채를 발행하고 이자 비용만 투자자들에게 지불하면 그만이다. 돈을 찍어내면 되니 굳이 갚을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기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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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역대급 빚더미를 둘러싼 우려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디폴트는 재앙”이라며 “(부채 한도 증액을 둘러싼 여야 협상은) 가장 멍청한 토론”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급증과 (중국의 도전에 대한) 국방비 지출 등으로 향후 재정이 상당폭 증가할 필요성을 고려할 때 재정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토론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