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구독 ‘일시정지’…골라보는 똑똑한 소비자들 늘었다

OTT 구독료 오르자 인기 프로만 선택
구독 취소 후 재가입 2년 새 4.4%p↑
  • 등록 2024-11-12 오후 4:54:02

    수정 2024-11-12 오후 5:54:25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스트리밍 중심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일상이 되면서 미국에선 인기 프로그램이나 스포츠 시즌에 따라 구독을 일시 정지했다가, 1년 이내에 다시 구독하는 새로운 소비 습관이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OTT 플랫폼 홍수 시대에 구독료 상승 등 재정적인 이유로 인기 프로그램만 취사선택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진 것이다.

한 TV 리모컨에서 넷플릭스 로고가 보인다.(사진=AFP)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많은 가정에서 TV 시청 대신 넷플릭스와 디즈니+, 애플TV+와 같은 서비스가 TV를 시청하는 주요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고객들이 구독을 일시 정지하는 습관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구독 분석제공업체인 안테나의 자료에 따르면 전년도에 해지했던 동일한 서비스에 다시 가입한 이들의 월평균 비율은 2022년 29.8%에서 올해 1~9월 34.2%로 증가했다.

구독을 일시 정지했다가 다시 시작하는 소비 습관으로 인해 지난 1년간 OTT 업계 전반에서 고객 이탈률은 생각보다 뚜렷하지 않았다. 지난 8월 미국 프리미엄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의 평균 고객 해지율은 5.2%에 달했지만, 재가입자를 고려하면 3.5%로 낮아졌다.

켄터키주 포트 토마스에 거주하는 로버트 토라노씨는 넷플릭스와 음악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의 충성 고객이다. 그는 “넷플릭스는 절대 구독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OTT 서비스는 일 년 내내 구독할 만큼의 가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는 최근 14세 딸 렉시가 ‘댄싱 위드 더 스타(Dancing with the Stars)’를 보고 싶어서 디즈니플러스에 가입했지만, 다음 달 요금 청구 전에 취소하기 위해 달력에 표기를 해두었다고 전했다.

보스턴에 거주하는 숀 갤러거씨도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Only Murders in the Building)’를 보기 위해 월트디즈니의 OTT 서비스 훌루에 가입했지만, 첫 번째 시즌을 시청한 후 구독을 일시 중단했다. 그는 ‘미식축구 전설의 팀 패트리어츠(The Dynasty: New England Patriots)’를 보기 위해 애플TV+를 구독했다가 해지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에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고객 유지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묶음 판매나 프로모션, 적절한 시기에 마케팅 이메일 발송, 저렴한 광고 지원 요금제를 혼합해 고객을 유입하거나 고객이 구독을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OTT 업체들은 구독 중단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훌루와 넷플릭스는 미국 고객들이 최대 3개월까지 구독 중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디즈니+도 조만간 사용자가 구독을 일시 중단할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WSJ은 이 요금제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미국에서 구독 일시 정지는 OTT에 따라 편차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안테나에 따르면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의 OTT 맥스 고객의 약 31%가 2회 이상 가입한 경험이 있는데, 이는 다른 OTT들보다 높은 수치다. 애플TV+는 2020년 이후 고객의 29%가 2회 이상 가입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서비스를 한 번만 구독한 고객 수와 점유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나단 카슨 안테나 CEO는 “많은 고객이 영원히 구독하지는 않겠지만, 켜고 끌 수 있는 있을 것”이라고 구독 일시 정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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