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고 성에 제거에 ‘이것’ 썼더니…“에너지 60% 절감 효과”

박진섭 신진에너텍 대표 인터뷰
적외선 기반 제상 센서 ‘프로스트아이’ 개발
냉장·냉동창고에 성에 자라는 모습 자동 측정
히터 가동과 달리 성에 발생량 측정해 정확도↑
에너지 감축에 식재료 보관 시간 높여 효율적
“저장고 제어·예측 가능한 ‘스마트 저장고’ 만들 것”
  • 등록 2024-11-19 오후 12:00:00

    수정 2024-11-19 오후 12:00:00

[울산=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실수로 부품을 잘못 사용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안정적인 제품이 나와버린 겁니다. 마치 에디슨이 실수를 거듭해 발명품을 만들어낸 것처럼요.”

박진섭 신진에너텍 대표는 지난 15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중소기업 기술·경영 혁신대전’에서 자사 제상(성에 제거) 장치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중소기업 기술·경영 혁신대전은 중소기업의 혁신 성과를 공유하고 유공자를 포상하는 행사로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박진섭 신진에너텍 대표가 지난 15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자사 제상 장치 ‘프로스트아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노비즈협회)
신진에너텍의 주요 제품은 적외선 기반 제상 장치인 ‘프로스트아이’다. 냉장·냉동 창고 안 공기순환냉각장치에 성에가 자라는 모습을 자동 측정해 제거하는 장치다. 시중의 제상장치가 성에 발생량에 상관없이 4~5시간 간격으로 히터를 가동해 성에를 제거하는 것과 달리 프로스트아이는 성에 발생량을 직접 측정해 필요한 경우에만 성에를 제거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제상 장치를 연구하던 도중 우연히 이 같은 자동 측정 방식 개발에 성공했다. 일반적인 제상 장치에는 빛을 모으는 수광다이오드를 사용하는데 박 대표가 실수로 빛을 생성하는 발광다이오드(LED)를 사용한 게 그 시작이었다. 적외선 센서가 냉장·냉동고 내 성에 두께를 감지해 LED 화면에 표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박 대표는 “기존에는 냉장·냉동고에 타이머를 달아 4~5시간마다 내부 히터를 가동해 성에를 녹였다”며 “성에의 발생 여부나 두께에 상관없이 일정 시간 간격으로 히터를 가동하는 건 정확도가 떨어진다. 창고 온도 상승, 전력 소모 등의 문제도 발생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에 자동 제상 장치 개발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스트아이는 성에가 끼는 냉각핀에 적외선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성에 두께를 확인할 수 있다. 사용자가 미리 설정한 성에 발생량에 도달했을 때만 제상 작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냉장·냉동고의 크기와 사용자의 설정값 등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15~60% 수준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프로스트아이를 설치한 강서시장 저온창고 20개소는 연간 15만kwh의 에너지를 절감했다”며 “기존 대비 연간 에너지 절감량은 28%, 전기요금은 896만원이 줄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락시장 1700여개 점포 냉장고에 프로스트아이를 설치하면 전용 84㎡(30평형) 아파트 1500세대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농수산 시장뿐 아니라 식품 대기업에서도 도입 의사를 보이고 있다. 프로스트아이가 에너지 절감 효과 뿐만 아니라 탁월한 식재료 보관효과도 거둘 수 있어서다. SPC그룹과 농심(004370), 풀무원(017810) 등에서 자사 냉장·냉동 설비에 프로스트아이를 적용했다.

박 대표는 “단순히 성에 발생량을 확인하는 데서 나아가 ‘지능형 스마트 저장고 통합 관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며 “저장환경 모니터링, 저장고 최적 제어, 출하 예측 시스템 등을 구축해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저장고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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