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는 아파트 단지마다 불붙은 전기스쿠터(또는 전기자전거)가 그려진 그림과 경고문이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중국 현지에서 전기 배터리로 인한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이를 막기 위한 캠페인성 홍보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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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지난 2021년 8월 공공현관·대피로·계단 등에 전기자전거 등의 주차를 금지하는 규정을 제정했다. 하지만 주거지역 곳곳에서 버젓이 놓인 전기자전거들을 보는 건 어렵지 않을 만큼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전기’의 천국인 중국에서 이런 조치를 하는 이유는 이미 수많은 화재 사고가 일어나 안전에 위협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만 약 950만대를 생산해 대부분 내수로 흡수한 신에너지차(전기차 등) 화재는 어떨까. 중국 정부는 전기자전거와 달리 전기차 화재에 대해선 공식적인 통계를 내지 않고 있다.
중국 현지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중국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가 약 300건인 것으로 비공식 집계됐다. 하루에 한 번꼴로 전기차에서 불붙고 있는 셈이다. 공식 통계가 없는 만큼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사실을 알 수 없다.
이달 8일에도 광둥성 후이저우의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발화에 따른 화재가 발생해 주변 차량 등이 파손되는 등 사고 소식이 종종 전해진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신에너지차 화재’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사진이나 동영상 자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중국은 2026년부터 전기차용 안전 조치를 마련할 예정으로 현재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고 있다. 이 조치엔 배터리 발화 방지를 위한 조치와 전기차 화재 시 대피 시간을 확보하는 방법 등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담겼다.
우리나라에서도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며 전기차 포비아 현상이 발생하고 있지만 전기차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전기차 수요와 공급을 억제하기보다는 배터리 화재를 방지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도입하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이차전지 전문가인 김종명 상하이과기대 화학과 교수는 “기후 변화 대응 측면에서 결국 전기차로 전환은 멈출 수 없는데 국내에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면 전기차 소비가 억제될 것”이라며 “과충전을 방지할 제어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진화된 화재 진압 기술도 개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