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섭의 카드 세탁’ 황선홍호, 완벽한 2연전이었기에 가능했다 [아시안게임]

황선홍호는 완벽한 2연전으로 여유를 안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섭(전북)이 고의로 경고를 받으며 토너먼트 출전을 대비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조기에 16강 진출을 확정한 황선홍호가 토너먼트 여정을 준비한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은 21일 중국 저장성의 진화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태국을 4-0으로 대파했다.

쿠웨이트와의 1차전에 이어 2연승을 달린 한국(승점 6)은 1위 자리를 지켰다. 2위 바레인(승점 2)과의 승점도 4점으로 벌리며 남은 바레인전 결과와 관계없이 조 1위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이날 역시 한국은 이른 시간 선제골로 주도권을 잡았다. 전반 15분 만에 홍현석(KAA 헨트)이 헤더로 선제 결승 골을 터뜨렸다. 안재준(부천FC)과 엄원상(울산현대)도 득점 행진에 가세했다. 전반 추가시간엔 이재익(서울이랜드)이 한 골을 더 보태며 4골을 터뜨렸다.

전반전에만 4골 차 우위를 점한 한국은 3차전 이후 토너먼트 일정을 바라봤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엄원상을 교체해 주며 체력 안배에 나섰다. 후반 10분엔 백승호와 박진섭(이상 전북현대)도 빠르게 불러들였다.

2연승을 달린 대한민국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박진섭을 교체하기 전엔 이른바 ‘카드 세탁’까지 했다. ‘카드 세탁’은 출장 정지 위험이 있는 선수가 중요도가 떨어지는 경기를 앞두고 고의로 카드를 받는 걸 의미한다. 토너먼트에서 추가 경고로 인한 부담을 미리 털어내는 것이다.

쿠웨이트와의 1차전에서 경고를 받았던 박진섭은 후반 8분 코너킥 키커로 나섰다. 고의로 시간 지연을 한 그는 경고를 받았다. 경고 누적이 된 박진섭은 바레인전에 나설 수 없다.

경기 후 박진섭은 “토너먼트에 오르기 전 경고를 빨리 없애는 게 목적이긴 했다”라며 “준비된 시나리오였다”라고 밝혔다. 그는 “(16강전부터) 못 뛰면 팀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축구에서 ‘카드 세탁’은 영리함과 비매너 사이에 있다고 평가된다. 자연스레 논쟁도 따른다. 옳고 그름을 정의할 순 없으나 ‘카드 세탁’의 선택지를 만든 건 황선홍호가 좋은 결과를 냈기 때문이다. 2경기 중 한 경기에서라도 아쉬움을 남겼다면 ‘카드 세탁’의 여유는 존재하지 않았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던 이강인(PSG)이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외에도 이날 황선홍호는 많은 걸 얻었다. 쿠웨이트전과 비교해 선발 라인업 다섯 자리를 바꿨으나 대승했다. 일찌감치 많은 득점을 하면서 선수 교체로 빠르게 이뤄졌다. 빡빡한 대회 일정 속 체력 안배와 경기 감각을 모두 챙겼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기용 방식에도 한층 폭이 넓어졌다. 이강인은 소속팀 일정을 소화한 뒤 이날 팀에 합류했다. 여러모로 적응하기엔 시간이 빠듯했다. 최종전까지 승부가 이어질 경우 부담감 속에 경기를 준비해야 했으나 한결 여유 있게 적응하게 됐다. 완벽한 2연전을 치른 황선홍호가 쥘 수 있는 혜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