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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의 지구촌 최대 겨울스포츠 축제인 평창 동계패럴림픽은 9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열흘간 강원도 평창과 강릉 일원에서 열전을 벌인다.
저녁 8시부터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120분간 펼쳐지는 개회식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뛰어넘는 무대가 펼쳐졌다.
카운트다운과 함께 시작된 문화공연에서는 흰색 한복을 차려입은 수십 명의 남자 고수들이 큰북을 두드리며 얼어붙은 세상을 깨웠다.
우리나라 궁중에서 손님이 오면 행했던 빈례(賓禮)라는 환영 의식을 새롭게 해석한 전통춤 공연이었다.
태극기 입장과 게양, 애국가 제창이 이어졌다. 동계패럴림픽에서 태극기를 들고 입장한 주인공은 한국 장애인 스포츠의 영웅들이다.
보치아 국제심판인 정영훈, 휠체어 펜싱 대표팀 김선미, 장애인 알파인스키 한상민,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선수 위원 홍석만, 장애인 수영 조기성, 휠체어 컬링 강미숙, 장애인 알파인스키 김미정이 대형 태극기를 들고 등장했다. 애국가는 휠체어장애인들로 구성된 휠체어 합창단과 장애인 가수 황영택과 김혁건이 함께 불렀다..
선수단 입장에선 한국 자음 순서에 따라 그리스가 가장 먼저 입장했다, 북한은 일본에 이어 34번째로 들어왔다.
기대했던 공동 입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시할지를 놓고 남북이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독도 표기를 주장한 반면 한국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가 규정한 ‘정치적 표현 금지’ 등을 이유로 한반도기를 바꿀 수 없다고 입장을 고수했다.
선수단이 모두 입장한 뒤에는 시각장애인 어린이 소정이가 부르는 평화의 노래에 이어 이희범 평창 조직위원장과 앤드루 파슨스 IPC 위원장이 축사를 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개회사가 선언했다.
대회기 게양과 선수·심판·코치의 대표 선서에 이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어우러진 삶은 의미하는 ‘공존의 구(球) 공연이 진행된 뒤 드디어 성화가 경기장 안으로 들어왔다.
개회식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성화 점화였다. 패럴림픽 성화는 장애인 노르딕스키 국가대표인 최보규와 북한 노르딕스키 국가대표 마유철의 손에 의해 경기장 안으로 들어왔다. 비록 남북 공동 입장은 무산됐지만 성화 봉송을 통해 남북이 하나임을 다시 강조했다.
성화봉은 좌식 노르딕스키 좌식 국가대표 서보라미와 카스파 윌츠 코치를 거쳐 ‘한국의 호이트 부자’로 알려진 박지훈 박은총 부자가 성화봉을 이어받았다. 아버지 박지훈씨는 복합 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 은총이와 함께 철인 3종경기에 참가하며 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달하고 있다.
계단 중간에 누군가가 서있었다. 그의 몸에는 특수한 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주장 한민수였다. 왼쪽 다리에 의족을 찬 한민수는 등에 성화봉을 꽂은 뒤 줄을 잡고 천천히 성화대로 올라가는 뭉클한 장면을 연출했다.
성화대 위에는 마지막 성화주자는 ‘오벤저스’라 불리는 평창 패럴림픽 컬링 국가대표 서순석과 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국가대표로 은메달을 따낸 ‘안경선배’ 김은정이었다.
서순석은 2010년 밴쿠버 동계패럴림픽에서 한국 휠체어 컬링 최초의 은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서순석과 김은정은 각자 팀에서 주장인 스킵을 맡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컬링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장애인과 비장애인 선수가 하나가 돼 성화대에 함께 불을 붙였다. 역사적인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소프라노 조수미가 가수 소향과 함께 패럴림픽 주제가인 ‘평창, 이곳에 하나로(Here as ONE)’를 부른 뒤 가수 클론의 공연까지 막을 내리자 스타디움 상공에는 화려한 불꽃놀이 쇼가 펼쳐졌다.
역대 최다인 49개국 선수 570명이 이번 대회에 참가한 평창 패럴림픽은 10일부터 본격적인 메달 레이스에 들어간다. 6개 전 종목(알파인스키, 스노보드,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스키, 아이스하키, 휠체어컬링)에 걸쳐 선수 36명과 임원 47명 등 83명을 출전시킨 대한민국은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 이상 수확해 종합 10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