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위즈 수호신' 쿠에바스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에너지로..."

  • 등록 2021-11-14 오후 6:03:47

    수정 2021-11-14 오후 6:04:34

1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위즈의 경기. MVP로 선정된 KT 쿠에바스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가을야구만 되면 더욱 힘을 내는 윌리엄 쿠에바스(31)가 다시 한번 ‘가을 에이스’임을 입증했다.

쿠에바스는 1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베어스와의 2021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에 KT위즈 선발투수로 나서 7⅔이닝 7피안타 1실점 8탈삼진의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쿠에바스의 호투에 힘입어 KT는 두산을 4-2로 누르고 구단 역사상 첫 한국시리즈 승리를 일궈냈다. 단기전에서 가장 중요한 1차전을 먼저 이기면서 한국시리즈 우승 가능성도 한층 높였다.

쿠에바스는 구단 역사가 짧은 KT에서 중요한 승리를 모두 책임졌다. 지난해 11월 12일 두산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KT 구단 역사상 첫 포스트시즌 첫 승리를 선물했다. 올해 10월 31일에는 삼성과의 1위 결정전에서 겨우 이틀 휴식 후 마운드에 올라 팀의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짓는 역투를 펼쳤다.

투구수 100개를 딱 채운 상황에서 8회초 1사 후 이강철 감독이 교체 사인을 보내자 “더 던지겠다”는 뜻을 나타낼 정도로 쿠에바스의 투지는 하늘을 찔렀다. 이같은 승부욕은 다른 동료들의 가슴에도 불을 질렀다.

쿠에바스는 “일단 여기까지 오는 게 긴 여정이었고. 우리 선수들이 맡은 바 역할을 잘해서 오늘 결과를 낼 수 있었다”며 “1차전 승리가 자랑스럽고 남은 경기들도 이겨서 우승하는 게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오늘 경기가 특별히 압박감이 다르진 않았고 그냥 정규시즌 한 경기라고 생각하고 준비하고 던졌다”며 “압박감을 너무 느끼면 내 능력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경기에 집중하면서 즐기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8회 교체 당시 미소로 계속 던지고 싶다는 뜻을 살짝 내비쳤던 쿠에바스는 “당연히 이닝을 마치고 싶었는데 ‘아 바뀌는 구나’라는 것을 느꼈다”며 “원래라면 계속 던지겠다고 하고 싶었는데 이미 투구수가 많았고 다른 투수가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라서. 팀을 위한 결정이라 이해했다. 웃었던 건 그래도 좀 더 던지고 싶은 아쉬움이 나왔던 것 같다”

쿠에바스는 사실 이번 시즌 가슴 아픈 일을 겪었다. 삶의 멘토이자 든든한 기둥이었던 아버지가 8월 한국에서 코로나19에 확진돼 세상을 떠난 것. 큰 충격을 받은 쿠에바스는 체중이 5㎏이나 빠질 정도로 심한 마음고생을 겪었다. 공을 제대로 던질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이강철 감독과 구단은 쿠에바스가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줬다. 홈구장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 추모 공간을 만들고, 직접 위로도 전했다. 안타까운 사건이었지만 이는 쿠에바스와 선수단의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돌아온 쿠에바스는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뿌렸다. 체력적인 어려움도 아랑곳않고 팀이 원할때 등판해 승리를 일궈냈다. KT 타자들이 타격감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1차전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쿠에바스가 마운드에서 버텨준 덕분이었다.

쿠에바스는 “아버지께서 지금도 계속 도와주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돌아가신 후 내게 계속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데 어떤 에너지가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부친상과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은 내게 큰 일이었다”며 “아버지가 내가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서는 걸 보고 싶어하셨는데 그렇지 못해서 아쉽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던지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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