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늘 걱정했던 손자, 사랑받으며 은퇴해요" 눈물 쏟은 이대호

  • 등록 2022-10-08 오후 9:53:39

    수정 2022-10-08 오후 9:57:37

롯데자이언츠 이대호가 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트윈스와 경기가 끝난 후 열린 은퇴식·영구결번식에서 고별사를 읽고 있다. 사진=뉴스1
롯데자이언츠 이대호가 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트윈스와 경기가 끝난 후 열린 은퇴식에서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뉴스1
롯데자이언츠 이대호가 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트윈스와 경기가 끝난 후 열린 은퇴식·영구결번식에서 동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롯데자이언츠 이대호가 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트윈스와 경기가 끝난 후 열린 은퇴식·영구결번식에서 아내 신혜정 씨에게 꽃목걸이를 받고 있다. 사진=뉴스1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1년간의 누구보다 화려했던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마감한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40·롯데자이언츠)가 은퇴 소감을 밝히면서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이대호는 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신한은행 쏠 KBO리그 LG트윈스와 정규리그 최종전에 4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8회초에는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대타로 등장한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을 투수 앞 땅볼로 잡아내 프로 첫 홀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대호의 투타 활약에 힘입어 롯데는 3-2 승리를 거뒀다. 이대호와 롯데 모두에게 최고의 결과였다.

경기가 끝난 뒤 은퇴식에서 아내 신혜정 씨, 딸 이예서 양, 아들 이예승 군이 영상 메시지를 전달했다. 신혜정 씨는 “너무 힘들 길을 묵묵하게 걸어온 여보에게 고생했고 고맙다는 말을 꼭 이야기하고 싶다”며 “당신의 제2의 인생이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선수 이대호 덕분에 정말 행복했다”고 밝혔다. 딸 예서 양은 “항상 야구장에서 아빠를 응원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면서 “저는 아빠의 영원한 1호 팬이 될 거다. 사랑한다”고 응원했다.

가족들의 진심 어린 메시지가 전광판을 통해 송출되자 이대호는 오열하기 시작했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오랜 시간 겪었던 많은 추억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었다. 잠시 후 신혜정 씨가 직접 등장해 이대호에게 꽃목걸이를 걸어줬다. 이대호와 신혜정 씨는 깊은 포옹을 나눴다.

이대호는 은퇴사에서 “오늘이 세 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일이다”며 “이런 날 은퇴식을 갖는 것이 감회가 새롭고 많이 슬프다”고 운을 뗐다.

이어 “더그아웃에서 바라보는 사직구장만큼 멋진 풍경은 없을 것이다. 타석에 들어서서 들리는 부산 팬들의 함성만큼 멋진 것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며 “지금 저 이대호 만큼 행복한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고 털어놓았다.

이대호는 “사실 나는 부족한 선수였다. 지금도 가끔 눈을 감으면 내가 한 실수들, 내가 날려버린 기회들이 떠올라 잠을 설치곤 한다”며 “하지만 팬들은 내 실수보다 홈런을 기억해주고, 타석에 설 때마다 ‘이번에는 해낼 것이다’고 믿고 응원해주셨다. 실수했던 기억들은 잊고 내가 잘했던 순간만 떠올리면서 배트를 휘두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현재 팀 동료이자 주장인 전준우를 ‘내 마지막 캡틴’이라고 소개했고 절친한 동생인 정훈에 대해선 ‘지금도 저기서 울고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지금은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있는 옛 동료 강민호, 손아섭에게도 고마움의 마음을 전했다. 아울러 ‘노 피어’ 정신을 강조했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비롯해 역대 롯데 감독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이대호는 자신을 길러준 할머니에 대한 얘기를 전하면서 다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하늘에 계신 할머니가 항상 걱정하셨던 대호가 이렇게 많은 팬에게 사랑을 받으면서 은퇴를 하게 됐다”고 고개를 떨궜다.

이대호는 우승을 하지 못하고 떠나게 된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롯데 팬들이 꿈꾸고 나 또한 바랐던 우승을 끝내 이루지 못했다”며 “돌아보면 너무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 많았고 팀의 중심이 돼 이끌어야 했던 내가 가장 부족했다”고 자책했다.

이어 “롯데에는 나보다 몇 배 뛰어난 활약을 펼칠 후배들이 많이 있다. 팬들이 변치 않는 믿음과 응원을 보내준다면, 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날이 머지않을 것”이라며 “그룹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줘 더 강해지는 롯데로 만들어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이대호는 팬들에게도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이제 팬으로 돌아가 맥주와 치킨을 들고 가족과 함께 사직구장을 찾겠다. 내일부터 롯데 팬 이대호가 되겠다”며 “여러분께서 조선의 4번타자로 불러주셨던 이대호는 이제 타석에서 관중석으로 이동하겠다”고 말한 뒤 활짝 웃었다.

이날 롯데 구단은 이대호의 등번호 ‘10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됐다. 롯데 구단 역사상 故 최동원(11번)에 이어 두 번째 영구결번이다.

이날 은퇴식에서 이대호는 뜻깊은 선물을 많이 받았다. 신동빈 롯데자이언츠 구단주는 영구결번 반지와 영구결번 유니폼 액자를 이대호에게 전달했다. 영구결번 반지에는 이대호가 롯데에서 보낸 시간과 등번호 10번, 타격 7관왕 기록, 그의 타격폼, 탄생석 등이 새겨져 있었다. 이대호는 신동빈 구단주에게 자신의 직접 착용했던 글러브를 선물했다.

아울러 이대호는 롯데 팬 대표로부터 롯데의 심장 케이크와 모자이크 포토 액자를 선물 받았다. 이 자리에서 이대호는 부산 지역 사회를 돕기 위한 기부금 1억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롯데 구단은 은퇴식 막판에 이대호를 위한 또 다른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 이대호의 등장 곡인 ‘오리 날다’를 부른 가수 체리 필터가 직접 공연을 펼친 것. 이는 사전에 공개되지 않은 프로그램이었다. 픽업트럭에 드럼과 기타를 싣고 사직구장에 모습을 드러낸 체리 필터는 오로지 이대호만을 위해 ‘오리 날다’를 열창했다. 사직구장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은 함께 이대호의 응원가를 함께 따라부르면서 흥겨운 축제를 만들었다.

은퇴식 마지막은 헹가래였다. 프로야구 선수 중 가장 무거운 선수로 알려진 이대호지만 이날만큼은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앞서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던 이대호의 얼굴은 환한 미소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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