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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민들의 얼굴에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 선수들도 있었다. 우리에겐 너무도 생소했던 종목, 컬링 여자 대표팀이 주인공이다.
대단한 성적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 메달은 커녕 3승6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8위에 그쳤다. 10개 참가국 중 세계랭킹이 가장 낮았으니 나름 성과를 거둔 대회이기는 했다고는 해도 성적 자체로 눈길을 끌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컬링의 인기는 대회기간 내내 뜨겁게 달아올랐다.
스킵 김지선(27)과 이슬비(26), 신미성(36), 김은지(24), 엄민지(23·이상 경기도청)로 구성된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 경기는 평균 1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관심의 척도인 SNS도 컬링이 장악했다. 네티즌은 그들에게 ‘컬스데이’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아이돌에게 보내던 열광을 보여줬다. 시청률만 놓고 보면 한국 아이돌업계 최고봉인 SM이 제작한 드라마 ‘총리와 나’의 두 배 수준에 육박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갑자기 컬링에 매료된 것일까. 혹 그저 일회성 관심으로 끝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컬링의 인기는 이번 한 번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의 마음을 끌 수 있는 좋은 소재들이 가득하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권성호 서울대 체육교육과 스포츠심리학 교수는 “컬링은 스포츠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섬세함, 그리고 전략이 필요한 종목이다. 규칙은 단순하지만 다양한 전략, 적절히 전술이 섞이다보니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된것 같다. 물론 우리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준 것도 있다”며 “TV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컬링과 유사한 경기가 방영된 덕에 젊은 층들이 부담없이 컬링을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싶다”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컬링이 지금의 인기를 이어갈 수 있는 힘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체적인 부분이 크게 중요한 경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잘할수 있는 종목 중 하나다. 당구, 체스, 볼링과 비슷해 쉽게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는 종목이라는 장점도 있다. 어려울 것 같지 않은 종목이니 사람들도 나도 한번 해보고 싶은데? 할수있겠는데? 이런 마음들이 들었을것이다. 그런 친근함이 컬링의 힘”이라며 “골프, 양궁, 사격 등의 종목에서 여자선수들이 강한 이유가 섬세함, 차분함 등 여성들의 정서 덕분이다. 컬링이 손을 사용해서 하는 섬세한 운동이라는 점에서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