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가수 임영웅이 열기구를 타고 ‘상암벌’ 위를 훨훨 날았다. 26일 오후 6시 30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임영웅의 단독 콘서트 ‘아임 히어로 - 더 스타디움’(IM HERO - THE STADIUM)의 하이라이트 장면. 임영웅은 공중에서 ‘영웅시대’와 가까이서 눈을 맞추고 노래하며 데뷔 후 처음으로 ‘상암벌’에 오른 뜻깊은 순간을 만끽했다.
‘아임 히어로 - 더 스타디움’은 전국투어 ‘아임 히어로’ 앙코르 공연으로 펼친 공연이다. 임영웅이 ‘상암벌’로 통하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영웅시대’의 기대감이 높았다. 25~26일 양일간 개최한 이번 공연의 티켓은 예매 시작 직후 10만장(회당 5만 관객)이 모두 동났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프로축구 K리그 경기가 열리는 곳이다. 축구 사랑이 남다른 것으로 잘 알려진 임영웅은 K리그 팬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잔디 보호를 위해 그라운드에는 객석을 설치하지 않았다. 메인 무대와 대형 전광판은 북측 객석에 설치했고, 돌출 무대와 서브 무대는 최대한 객석과 가까운 쪽으로 배치에 ‘상암벌’을 한 바퀴 쭉 도는 형태로 설치했다. 그라운드를 아예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센터서클 지점에 360도 형태의 서브 무대를 설치해 간간이 활용했다.
“영웅시대, 소리 질러!”
“1년 넘게 모든 걸 갈아 넣다 싶을 정도 공연을 준비했다”는 임영웅은 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 ‘상암벌’을 상징색인 하늘색으로 물들인 ‘영웅시대’의 뜨거운 응원을 받으며 열정적으로 공연을 펼쳤다. ‘무지개’, ‘런던보이’, ‘보금자리’ 등으로 오프닝 무대를 꾸민 뒤 관객에게 인사를 건네면서는 “어제 처음 여기 올라왔을 땐 너무 울컥하더라. 울음을 참느라 혼났다”면서 처음으로 ‘상암벌’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 데 대한 벅찬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곧이어 임영웅은 “오늘은 씩씩하게 나왔다”면서 “어제보다 더 신나게 뛰어놀아 보겠다”고 다짐했다.
“개인적으로 전 비오는 날을 좋아해요. 축구할 때도 수중전이 재밌거든요. 비가 오는 날 축구가 잘 되는 편이라서. 아마 오늘 노래도 좀 더 잘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춤을 더 잘 출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미소). 이깟 날씨쯤이야 우릴 막을 수는 없습니다!”
임영웅은 이날 ‘계단말고 엘리베이터’, ‘소나기’, ‘사랑해요 그대를’, ‘따라따라’, ‘이제 나만 믿어요’, ‘연애편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사랑은 늘 도망가’, ‘사랑역’, ‘사랑해 진짜’, ‘바램’, ‘온기’, ‘모래 알갱이’, ‘우리들의 블루스’, ‘아버지’,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돌아와요 부산항에’, ‘어쩌다 마주친 그대’, ‘아파트’, ‘남행열차’, ‘아비안도’(A bientot), ‘두 오어 다이’(Do or Die), ‘홈’(Home), ‘히어로’(HERO)까지 27곡을 불렀다. 앙코르 곡으로는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서울의 달’, ‘인생찬가’ 등 3곡을 들려줬다.
꾸준히 음악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힘 써온 가수답게 라이브 밴드 연주에 맞춰 트롯뿐만 아니라 발라드, 힙합, 팝 등 다채로운 장르의 곡을 두루 소화하며 가창력을 뽐낸 점이 돋보였다. 자신의 대표곡뿐만 아니라 ‘돌아와요 부산항에’, ‘어쩌다 마주친 그대’, ‘아파트’, ‘남행열차’ 등 가요 히트곡들도 세트리스트에 포함해 보고 듣는 재미를 더했고 이달 발표한 신곡 ‘온기’와 ‘홈’ 무대까지 선보였다. 퍼포먼스를 더한 무대를 꾸밀 땐 댄서 150여명을 동원해 초대형 공연장에 걸맞은 규모감 있는 연출로 이목을 사로잡았다. ‘상암벌’ 하늘 위와 그라운드를 각각 수놓은 불꽃쇼와 레이저쇼 또한 화려했다.
‘사랑은 늘 도망가’, ‘사랑역’, ‘사랑해 진짜’, ‘바램’ 등은 열기구를 타고 불렀다. 임영웅은 “여러분께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데 공연장이 너무 넓어서 쉽지가 안더라. 그래서 한번 준비를 해본 것”이라고 했다. 열기구에서 내려온 뒤에는 “다리가 좀 후들거린다”는 말로 웃음을 안겼다. 이어 그는 “열기구가 정말 안전하게 잘 만들어져 있어서 여러분 가까이 곁으로 갈 수 있었는데, 없던 고소공포증이 생기는 듯 했을 정도로 준비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비화를 밝혔다.
임영웅은 연기에 도전한 VCR로도 재미를 안겼다. 이에 대해 임영웅은 “제가 직접 숙소에서 시나리오를 썼다. 쭉쭉 써지더라”며 “물론 감독님이 내용을 싹 바꾸긴 했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말을 보태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연기 선생님이 재목이라고 하셔서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면서 “코미디, 액션, 로맨스 등의 장르물에서 생활감 있는 연기를 해보려 한다”고도 했다. 임영웅은 “오늘 보신 영상은 사실 예고편이다. 이것저것 찍다 보니 전체 길이가 30분이 넘더라. 각종 OTT에서 보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혀 환호를 받기도 했다.
임영웅은 굿즈 판매대에 인근에 에어컨과 선풍기를 마련해둔 쉼터인 ‘히어로 스테이션 쿨링 존’을 설치하고 포토존, 기념 스탬프 찍기 부스, 엽서 보내기 부스 등 다양한 체험 공간을 마련하는 등 서울월드컵경기장 밖에서도 ‘영웅시대’에게 즐거움을 안겼다. 고령층 관객이 많은 점을 고려해 곳곳에 의무실과 응원봉 A/S 부스를 설치해두고, 우천을 대비해 모든 관객에게 방한용 스페셜 우비를 선물하는 등 섬세한 준비력도 돋보였다.
임영웅은 이날 “과연 영웅시대의 한계는 어디일지, 앞으로도 더 큰 꿈을 펼쳐보겠다. 어디라도 여러분과 함께라면 겁이 날 게 없다”는 말로 환호를 받았다. 공연 말미에는 “기적 같은 순간을 만들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히면서 특유의 인사말인 “건행”(건강하고 행복하세요)을 힘차게 외쳤다. 앵콜 무대를 하면서는 “이 무대를 만들어주신 건 바로 여러분”이라면서 관객에게 큰 절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