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변경 가능"… 논란의 '치악산', 정면돌파 통할까 [종합]

'치악산' 제작사 오성일 PD
"제목 변경 가능하지만, 대사 삭제는 NO"
"원주시 피드백 아직無, 상생의 길 걸었으면"
김선웅 감독 "허구서 시작, 구설 생각 못했다"
첫 스크린 주연 윤균상 "원만한 합의 됐으면"
  • 등록 2023-08-31 오후 5:07:04

    수정 2023-08-31 오후 5:07:04

31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공포 영화 ‘치악산’ 시사간담회에서 배우 윤균상(왼쪽부터), 김예원, 연제욱, 배그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제목 변경은 고려 중입니다. 빠른 시일 내에 원주시와 원만한 협의를 바랄 뿐입니다.”

영화 ‘치악산’ 제작사의 오성일 PD는 실제 지명을 사용해 불거진 논란에 대해 원주시와 협의 중인 사안을 이같이 설명했다.

31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치악산’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선웅 감독과 배우 윤균상, 김예원, 연제욱, 배그린이 참석했다.

오성일 PD는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 앞에 서서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오성일 PD는 “23일 처음 원주시를 방문했다. 처음 요청받은 사항은 ‘제목 변경’, ‘영화 속 대사 삭제 및 묵음’, ‘SNS에 돌고 있는 혐오 포스터 삭제’였다”며 “자막 고지에 대해선 원주시가 당시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24일 다시 원주시를 방문해 제목을 바꾸는 것과 영화 속 대사 삭제는 어려울 것 같아 조금 더 고민하겠다고 답변을 드렸다”며 “SNS에 유포된 포스터는 즉시 삭제했다. ‘이야기가 허구’라는 내용이 담긴 안내 문구는 개봉 때 영화 시작 전 자막으로 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성일 PD는 원주시 측에 ‘제목 변경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원주시가 피드백을 주지 않아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공포 영화 ‘치악산’ 시사간담회를 마친 뒤 도호엔터테인먼트 오성일 프로듀서가 제목 등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을 해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성일 PD는 “원주시 관계자께서 모 매체와 인터뷰에서 ‘제목을 변경해도 소용없다’는 이야기를 하신 것을 봤다”며 “인터뷰로 말이 와전되고 옮겨지는 것 같아서 공문을 정식 발송했고, 아직까지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개봉까지 아직 시간이 있으니 원주시와 원만한 합의를 이뤄내고 싶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다만 영화 속 대사 삭제 및 묵음에 대해서는 “특정 단어가 빠지거나 묵음으로 처리가 된 영화를 본 적이 있냐”고 반문하며 “영화가 상영되는데 주인공의 대사가 묵음으로 나오는 건 있을 수 없다. 그 부분은 무리가 있다”고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영화 제목을 ‘치악산’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치악산 괴담을 유튜브에서 접했고, 그 내용을 그대로 차용하다보니 너무 쉽게 생각하고 제목을 ‘치악산’으로 정한 부분이 있다”며 “원주시청과 원만한 협의를 도출해내고 싶고, 원주시 그리고 치악산과 상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만 오성일 PD는 “개봉 연기는 아직까지 논의해본 적이 없다”며 예정대로 개봉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앞서 ‘치악산’을 연출한 김선웅 감독과 주연 배우 윤균상, 김예원 등은 기자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부터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해 자신들의 생각을 밝혔다.

김선웅 감독은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된 계기에 대해 “영화 ‘치악산’은 유튜브, SNS, 온라인 상에서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괴담에서 시작된 이야기”라며 “그 이야기를 재구성했고, 공포 콘텐츠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토막살인에 있어) 절단면이 깔끔하게 잘렸다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다”며 “공포는 결국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익스트림한 체험을 섞은 익스트림 공포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31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치악산’ 시사간담회에 김선웅 감독이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선웅 감독은 ‘치악산’이란 명칭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영화를 처음 만들 때 구설에 오를 거란 생각과 자세로 임하진 않았다”며 “단순히 괴담, 허구를 갖고 만든 공포 콘텐츠로 즐겨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토막 사체 포스터를 개인 SNS에 업로드해 논란이 된 점에 대해서는 “지인 공개로 올린 것인데 어떻게 확산이 됐는지 모르겠다. 혐오감을 느끼신 분들에게 사과의 말을 드리고 싶다”며 “해당 포스터는 현재 삭제된 상태다. 더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치악산’으로 첫 스크린 주연에 도전한 윤균상은 “대본이 좋았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장르여서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해서는 “예상 못했다. 처음에 기사로 접하고, 제작사 통해서 이야기 들었을 때 많이 당황했었다”며 “영화 보시면 알겠지만, 서로간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찍은 배우 입장에서 제작사와 원주시와 원만한 합의가 돼서 이 영화를 모두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김선웅 감독은 “‘곤지암’이나 ‘곡성’처럼, 저희 영화 ‘치악산’도 원주시, 치악산과 상생하면서 원주를 대표하는 공포 콘텐츠로 자리잡았으면 한다”며 “영화 ‘치악산’과 명산 ‘치악산’이 상생의 길을 걸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영화 ‘치악산’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리는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원주시 사회단체협의회 관계자들이 영화 상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영화사가 괴담을 영화 홍보에 이용해 치악산에 부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다며 영화 개봉을 반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균상은 “저예산 영화로 시작해 저희 끼리 똘똘 뭉쳐서 촬영한 영화”라며 “무서운 장면도 많은데, 이 영화를 보면서 막바지 더위를 날리시길 바란다”고 했다.

김예원은 “오락적으로 풍성하고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흔하게 볼 수 없었던 영화”라며 “많이 기대해 달라. 극장에서 꼭 관람해달라”고 당부했다.

배그린은 “힐링타임을 선사할 수 있는 영화로 보여지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내달 13일 개봉을 앞둔 ‘치악산’은 40년 전, 의문의 토막 시체가 발견된 치악산에 방문한 산악바이크 동아리 ‘산가자’ 멤버들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들을 그린 리얼리티 호러물이다.

‘치악산’은 현재 실제 지명 ‘치악산’을 배경으로 내세운 스토리와 영화제목으로 원주시 및 주민, 농어업, 상권 등의 거센 반발을 받고 있다.

실제로 원주시 사회단체협의회 측은 이날 시사회 현장에서 기습 시위 및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협의회 측은 “원주 시민을 무시하고 영화의 개봉을 강행하고 있는 영화제작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영화 ‘치악산’ 개봉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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