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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우, 한현희 등) 동생들이 힘들어 할 때 1이닝, 한 타자라도 더 잡고 던져주는 것이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남은 경기서도 힘이 닿는데 까지 전력을 다해 던질 것이다. 시즌 때 블론을 하며 미안하던 마음을 이번 시리즈를 통해 다 갚고 싶다.”
4시간 후. 결과적으로 손승락은 그 다짐을 지켜내지 못했다. 10일 잠실구장에서 치러진 삼성과 넥센의 한국시리즈 5차전. 그는 끝내기 안타를 맞고 무너졌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탓할 수 없었다. 그가 최선을 다했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행운의 여신이 그를 외면했을 뿐이다.
손승락은 1-0으로 앞선 8회말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손승락은 넥센 팬들의 호응을 유도하는듯 두 팔을 벌려 크게 세리머니를 펼쳤다. 조상우의 어깨를 짓눌렀던 무거웠던 짐도 어느 정도 내려놓아진 듯 싶었다.
하지만 9회, 수비 실책에 발목을 잡혔다.
삼성은 9회 선두타자 김상수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며 패배에 한 걸음 다가서는 듯 했다. 다음 타자 나바로까지 평범한 땅볼을 유격수 쪽으로 날렸다. 2아웃이 되는 상황. 그러나 이 때 넥센 유격수 강정호가 공을 더듬으며 나바로를 1루에서 살려줬다.
다음 타자 박한이는 삼진을 당했지만 채태인이 우전 안타를 친 뒤 최형우가 우익 선상으로 빠지는 2루타를 치며 두 명의 주자를 불러들여 승부가 단박에 뒤집어졌다.
손승락은 고개를 떨궜다. 어쩌면 그 순간에도 강정호의 실책을 만회해 주지 못한 자신을 탓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