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잠실의 낯선 바운드, 극단의 희비를 가르다

  • 등록 2014-11-10 오후 9:56:01

    수정 2014-11-10 오후 9:56:01

삼성 최형우(오른쪽)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한국시리즈 5차전서 끝내기 안타를 친 뒤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잠실=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넥센이 다 잡았던 승리를 놓쳤다. 반면 삼성은 뺏기는 듯 했던 승리를 잡아오며 4년 연속 통합 우승에 한 걸음만 남겨놓게 됐다. 잠실 구장의 익숙하지 않은 바운드가 양 팀의 희비를 갈랏다.

삼성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한국시리즈 5차전서 9회말 터진 최형우의 끝내기 2루타에 힘입어 2-1, 역전승을 거뒀다.

9회 2아웃까지 몰린 경기였다. 그러나 4년 연속 정규 시즌 우승을 거머 쥔 삼성의 저력은 손쉬운 승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8회말 무사 만루 기회를 놓쳤지만 9회 상대 실수를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 기어코 경기를 뒤집었다.

넥센 유격수 강정호의 실책이 두고 두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 밖에 없는 경기였다.

삼성은 9회 선두타자 김상수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며 패배에 한 걸음 다가서는 듯 했다. 다음 타자 나바로까지 평범한 땅볼을 유격수 쪽으로 날렸다. 2아웃이 되는 상황. 그러나 이 때 넥센 유격수 강정호가 공을 더듬으며 나바로를 1루에서 살려줬다.

다음 타자 박한이는 삼진을 당했지만 채태인이 우전 안타를 친 뒤 최형우가 우익 선상으로 빠지는 2루타를 치며 두 명의 주자를 불러들여 승부가 단박에 뒤집어졌다.

이전 4차전까지 경기는 모두 인조잔디 구장에서 열렸다. 대구 구장과 목동 구장의 잔디 질 차이는 조금 있었지만 크게 봤을 때 내야수들에게는 부담이 덜했던 것이 사실이다.

잠실 구장은 다르다. 바운드 자체가 인조 잔디 구장과 다르게 온다. 땅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바운드가 낯선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경기 전 “잠실 구장은 내야 수비가 가장 중요하다.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바운드가 오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승부가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 구장 중 가장 넓은 규모의 잠실 구장. 대게 외야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중립 경기인 만큼 삼성이나 넥센 선수들에게 내야가 낯설다는 점 또한 간과해선 안된다는 의미였다.

결국 그 작은 차이에서 승부가 갈렸다.

강정호는 이전에도 5회 나바로의 병살성 타구를 놓치며 아웃 카운트 1개만 잡는데 그쳤다. 당시의 어색했던 바운드가 9회 마지막 순간까지 트라우마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 외야에선 잇달아 호수비가 나오며 후끈 달아올랐던 명승부가, 아이러니하게도 내야 실책 하나에 갈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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