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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미소가 정말 좋았던 이유는 따로 있다. 그 환한 얼굴에서 미래와 희망을 봤기 때문이다. 지금은 동메달도 신기해하는 어린 소녀지만 언젠가 세계를 호령할 거인이 될 수 있다는 기대. 그 믿음이 있었기에 미소는 더 값졌다.
개인전은 8위로 마쳤지만 희망까지 내려앉지는 않았다.
21일 동메달을 따고도 오히려 편안하게 웃어 보였던 진종오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자리를 열일곱 살의 김청용이 물려받으며 금메달을 땄다. 서운함이 아주 없진 않았겠지만 한편으론 후련한 마음으로 시상식장에 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무너졌다 해도 한국 사격이 흔들리지는 않는다는 안도감이 그와 함께 했다.
박태환의 뒤엔 짐을 덜 줄 이가 아무도 없다. 한국 수영은 아직 세계 수준의 인재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10년 가까이 그저 박태환만 바라보고 있다.
그런 박태환조차 후원사를 못 구해 한참을 고생해야 했다. 다음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다. 박태환은 곧바로 다음 올림픽을 향해야 한다. 60대 노인의 연골이 되어 버렸다는 그의 어깨를 바라봐야 하는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