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시스템(비공개입찰제)’이라는 만만치 않은 과정을 거치게 될 둘은 미국 야구계의 주요 이슈로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현지 언론에서 나오는 내용을 전체적으로 보면 대부분 그들이 자체 입수한 각 구단의 ‘스카우팅 리포트(스카우트 평가)’를 인용하고 그것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음을 알 수 있다.
이롤 통해 드러나는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먼저 포문을 연 김광현에 비해 뒤늦게 치고 나온 양현종이 그동안 한국을 수없이 다녀갔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로부터 보다 후한 점수를 받은 것이 확실해 보인다는 데 있다.
美스카우트들이 본 ‘김광현<양현종’ 등식의 배경
한국프로야구(KBO) 무대에서 연출된 그동안의 성적이나 꾸준함과는 별개로 양현종이 김광현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결정적인 그 첫째 이유는 바로 ‘스터프(구종)’에 있는 걸로 나타난다.
김광현은 평균 90마일 초반대의 패스트볼(빠른공)과 슬라이더로 대표되는 ‘투-피치’ 유형의 이미지가 강한데 반해 양현종은 최고 95마일(153km)의 빠른공에다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볼’ 등을 두루 던질 줄 아는 ‘포-피치’ 유형으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또 하나 김광현은 부상 이력이 빠지지 않고 거론되고 있지만 양현종은 어깨나 팔꿈치 등의 치명적 부위에 대한 부상 위험도가 그다지 부각되지 않고 있다.
일례로 ‘야후 스포츠’의 메이저리그 전문기자인 제프 파산은 김광현에 대해 “부상당하기 전까지 한국프로야구(KBO)에서 압도적이었던 평균 이하의 스터프를 지닌 좌완투수”라며 메이저리그 레벨로는 김광현이 구사하는 150km 전후의 패스트볼과 ‘주무기’ 슬라이더 등이 모두 평균 이하라고 규정했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유력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의 자회사인 ‘시카고 나우’에서는 “김광현에게는 몇 가지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면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부상으로 고생한 전력이 있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성적이 별로 좋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가 가진 스터프로 볼 때 90마일 초반대 패스트볼과 두 번째 주무기 등이 모두 평균 수준으로 분석되고 때때로 컨트롤(투구제어)과 커맨드(경기운영)로 고전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 쪽에서는 김광현을 직접 점검한 뉴욕 양키스 스카우트의 말을 인용해 “몇몇 구단 관계자들은 포스팅 비용으로 1000~1200만달러(약 126억원)를 생각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주로 잘해야 4,5선발급 내지는 구원투수로 봐야만 경쟁력이 있을 거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주를 이루는 게 현실이다.
반면 양현종의 경우 배우기에 따라 아직 발전 가능성이 남아있을 뿐 아니라 올겨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맥스 쉬어저(30·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존 레스터(30·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이어 3번째로 각광받는 선발투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호평까지 일부 스카우트들로부터 이끌어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피칭 ‘머커닉(유기동작)’적인 측면에서도 다소 와일드해 로케이션(제구)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김광현과 달리 양현종은 올스타투수 C.J. 윌슨(34·LA에인절스)과 흡사하고 로케이션이 비교적 안정돼 있어 경쟁력이 있는 걸로 판단된다는 설명이 잇따른다.
물론 양현종도 약점이 있다. 올겨울 같이 미국행을 도모하는 일본프로야구의 마에다 켄타(26·히로시마 도요카프)처럼 피지컬(신체·운동능력)에 대한 의문부호가 그것이다.
미국 스카우트의 오랜 전통 가운데 절대 변하지 않은 것 하나가 바로 이 타고난 피지컬을 내구성(체력)과 깊이 연관 짓는다는 점이다.
한 시즌 체력소모가 극심한 미국야구의 특성상 유망주의 미래를 평가하고 판단할 때 당장은 같은 실력이라도 소위 ‘A급’과 ‘특급’으로 나눠지는 롱런의 기준점이 피지컬로 대표되는 내구성에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14년 월드시리즈(WS)에서 그야말로 파란을 일으킨 매디슨 범가너(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가장 좋은 예다.
범가너는 불과 만 25세에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은 역대최강 급의 포스트시즌(PS) 종결자로 공인받았다.
엄청난 ‘포이즈(위기 시 침착함)’에다 지칠 줄 모르는 내구성으로 단숨에 클레이튼 커쇼(26·LA다저스)를 따돌리고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에이스이자 좌완으로 떠올랐다.
월드시리즈 역대 최저의 통산 평균자책점(ERA) 0.25(올 WS 21이닝 2승무패 1세이브 0.43)는 물론이고 올 PS에서만 52.2이닝을 던져 2001년 서슬 시퍼렇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커트 쉴링(48)이 세웠던 48.1이닝을 4.1이닝이나 훌쩍 경신했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모두 합친 올 한해 던진 이닝 수가 270이닝을 채웠다는 사실은 그의 무시무시한 내구성을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
양현종이 류현진만큼은 못할 2가지 근거
그동안 피지컬 문제로 결국 미국에서 단명한 일본선수들의 실패 사례를 잘 아는 데다 공식 프로필상 ‘6피트(183cm)에 185파운드(85kg)’로 돼 있는 양현종에게 약간의 물음표가 뒤따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둘 다 부상이 재발하거나 생기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내구성이나 체력이라는 측면에서는 김광현(188cm-88kg)이 양현종보다 한수 앞선다고 볼 수 있다.
피지컬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류현진이 빠질 수 없다. 류현진이 다저스로부터 예상외의 거액을 쥘 수 있었던 데는 타고난 운동신경과 더불어 ‘6피트2인치(188cm)-255파운드(116kg)’에 달하는 신체조건이 한몫 톡톡히 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양현종이 류현진만큼은 하지 못할 거라고 보는 또 다른 이유는 볼넷 허용에 있다.
미시건주에 연고를 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쪽에서 흘러나온 스카우팅 리포트에 의하면 “양현종의 볼넷 수치는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지난시즌 9이닝당 4개꼴로 볼넷을 허용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통산 기록으로 봐도 “상대한 모든 타자의 12%를 볼넷으로 걸어 보냈다”면서 “이 부분에서는 KBO에서 9이닝당 2.7개에 그쳤던 류현진과 확실히 차별된다”고 못 박았다.
따라서 “양현종이 정타를 많이 허용하는 스타일은 아닌 듯 보이나 많은 주자를 베이스에 남기는 유형으로 아시아대륙이 아닌 북미대륙에서는 이 문제가 자신의 뜻대로 술술 풀리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는 앞서 범가너의 비범한 포이즈에서 보듯 양현종이 위기의 순간 류현진만큼의 정신력으로 수준급의 포이즈를 발휘해줄지 미지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양현종이나 김광현 모두 낙담할 필요는 없다. 평가는 어디까지나 평가일 뿐 결과는 나와 봐야 아는 것이고 관심도에 있어서만큼은 만족할 만한 메이저리그 계약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 건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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