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2번째로 많은 숫자다. 그나마 57명 중 18명은 갓 데뷔한 루키로 채워졌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시즌 첫 홈경기의 2회 때 선발투수 데릭 홀랜드(29·레인저스)가 부상으로 나가떨어지며 에이스 다르빗슈 유(29·레인저스)를 비롯해 처음 계획했던 5명의 선발 가운데 3명이 로스터에서 빠져나갔다.
믿었던 ‘추추 트레인’ 추신수(33·레인저스)는 5월2일(한국시간)까지 시즌 타율이 1할(0.096)을 채우지 못했고 같은 날 중심타자 아드리안 벨트레(36·레인저스)의 타점 숫자는 단 2개에 불과했다. 거듭된 악재 속에 5월 중순이 되자 지구 선두에 -9.5게임차 멀어져 있었다.
‘올해의 감독’ 배니스터는 무엇이 달랐나
안 되는 집안은 밖에서 부는 조그만 미풍에도 휘청거리기 마련이다. 이때를 놓칠세라 비난이 쏟아졌고 여기저기서 흔들어대기 바빴다.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 한없이 침몰해가던 텍사스호를 바로 세운 건 제프 배니스터(51·레인저스) 선장이다. 초보 감독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의연함을 과시했다. 누가 뭐라고 떠들던 처음 세운 원칙을 대쪽같이 지켜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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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배니스터식 믿음의 야구가 꽃을 피우며 88승74패 지구우승이라는 대반전의 스토리를 써내려가게 된 결정적인 배경이다.
18일 배니스터가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 소속 기자들의 총 30표 가운데 1위나 2위 표를 25표 휩쓸며 환산점수 112점으로 아메리칸리그(AL) ‘올해의 감독’에 선정됐다. 와일드카드(WC) 돌풍을 일으킨 A.J. 힌치(41·휴스턴 애스트로스), 꼴찌의 반란을 주도한 폴 몰리터(59·미네소타 트윈스)를 따돌린 쾌거였다.
배니스터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누군가의 얘기에 혹해 진로를 바꾸기란 아주 쉬웠을지 모른다”면서도 “내 삶 자체가 그래왔다. 만약 우리가 원칙대로 강하게 머무르지 않았다면 올해의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대쪽’ 배니스터가 추신수에 미친 영향
꾸준함에 기반한 대쪽 같은 원칙주의자 배니스터의 야구 철학은 후반기 추신수의 맹렬한 부활에도 한몫했다는 진단이다.
이날 배니스터의 감독상 수상을 전한 텍사스 유력지 ‘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의 길 르브러튼 칼럼니스트는 “나는 1~3위 표를 배니스터, 힌치, 몰리터 순으로 행사했다”며 “배니스터 밑에서는 부상이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로 작용했다”고 짚었다.
추신수의 경우 시즌 중간에 출전방식과 시간 등을 놓고 감독과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으나 돌이켜보면 큰 틀에서 ‘팀 퍼스트’인 배니스터의 운영철학에 동화되는 일종의 성장통과 같았다.
배니스터는 고교시절 7번의 골암을 이겨내고 대학시절에는 경기 도중 평생 불구가 될 뻔한 큰 부상을 당하고 죽을 고비마저 극복해낸 인간승리의 주인공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근성으로 다져진 정신세계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죽어도 그만두는 법은 없다던 배니스터식 믿음의 야구가 메이저리그 지휘봉을 잡은 지 불과 1년 만에 모든 이에 의해 인정받으며 화려하게 빛을 발했다.
자신을 데리고 있던 전 구단주 밥 너팅(53·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이 “그는 심장으로 우리를 앞에서 끌어줬다”고 평했을 만큼 배니스터의 믿음은 진심이 담긴 것으로 선수들의 고개가 절로 숙여지게 만든다는 데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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