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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아테네 올림픽부터 개회식에서 비둘기를 날리는 것은 일종의 전통이었다.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비둘기가 ‘평화’를 의미하는 것은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에서 유래한다. 노아가 대홍수를 피해 가족과 동물들을 태우고 망망대해를 헤매다 비둘기를 날려보냈다. 그 비둘기가 7일만에 올리브 잎을 물고 돌아온 것을 보고 홍수가 그친 것을 알았다.
로마 시절에도 전쟁이 끝났다는 기쁜 소식을 알리는데 비둘기를 썼다. 로마 시민들은 전쟁터에서 비둘기가 오면 큰 잔치를 열고 기뻐했다. 그런 유래들이 겹치면서 비둘기는 오늘날 평온과 안녕의 대명사가 됐다. 피카소가 그린 국제 평화옹호회의 포스터에도 비둘기가 입에 올리브 잎을 물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올림픽 개막식에서 더이상 비둘기를 볼 수 없다. 동물보호에 대한 의식이 강해지면서 비둘기 학대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었다.
당시 서울올림픽 조직위는 “실제로 불에 탄 비둘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날아갔다”고 공식 해명했다. 하지만 ‘비둘기 화형식’을 TV로 직접 시청한 전세계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 비둘기 사건을 거론하며 서울올림픽 개막식을 역대 최악의 개막식으로 꼽았다. ‘타임’은 “비둘기들을 경기장에 풀어놓은 것은 서류상으로는 좋은 아이디어였을지 몰라도 현실은 매우 섬뜩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4년 뒤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은 서울 올림픽의 논란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성화를 점화한 뒤 비둘기를 날려 그들의 목숨을 구했다.
비둘기가 실제 경기에 이용된 적도 있었다. 1900년 파리 올림픽에선 비둘기를 이용한 경기가 두 종목이나 열렸다. 바로 ‘비둘기 레이싱’과 ‘살아있는 비둘기 쏘기’였다.
두 종목 모두 비공식 종목으로 채택됐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스포츠에 동물을 이용하는 자체가 관중들에게는 비호감으로 다가왔다.
특히 비둘기 쏘기 종목에서 하늘로 날아오른 비둘기가 총에 맞고 떨어지는 모습은 도저히 눈뜨고 봐주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래저래 비둘기는 본의 아니게 올림픽에서 시련을 많이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