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골퍼' 김효주의 진가, '삼세판'이면 충분했다

  • 등록 2015-03-23 오후 6:10:41

    수정 2015-03-23 오후 6:10:41

김효주(사진=AFPBBNews)
[이데일리 김인오 기자] 23위에서 8위, 그리고 우승. 한국이 낳은 ‘천재 골퍼’ 김효주(20·롯데)의 진가는 정확히 세 번만에 증명됐다.

김효주는 2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JTBC 파운더스컵 최종라운드에서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경쟁자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을 3타 차로 꺾은 완승이었다.

지난해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으로 LPGA 투어 티켓을 손에 쥔 김효주는 개막전부터 호주여자오픈까지 3개 대회를 건너 뛰었다. 상금을 조금이라도 더 모아야 시드를 지킬 수 있는 루키들의 일반적인 행보와는 조금 달랐다. 이를 두고 ‘자만심이 도를 넘었다’라는 지적도 많았다. 하지만 김효주는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을 했고, 최고의 컨디션으로 대회에 ‘집중’하기 위해 1월 초 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공식 데뷔전은 2월 말 태국에서 열린 혼다 LPGA 타일랜드.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참가자 70명 가운데 40위로 1라운드를 망친 김효주는 결국 최종 23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집에 얼른 가고 싶었다”라며 자책했다.

데뷔전을 혹독하게 치른 김효주는 바로 싱가포르로 날아가 두 번째 대회인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 참가했다. 일주일 전 심각한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강철 멘탈의 소유자다웠다. 샷 감을 끌어올린 김효주는 공동 8위로 정식 회원 첫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우승사냥에 시동을 걸었다.

LPGA 투어 본무대인 미국에서 승전보를 울리고 싶었을까. 김효주는 파운더스컵 1라운드에서 버디를 8개나 솎아내고 보기를 1개로 막아내 첫날부터 선두권을 장식했다. 2~3라운드에서도 9타를 줄이는 탁월한 경기력으로 최종라운드를 단독 선두로 당당히 진출했다.

우승 길목에서 맞닥드린 상대는 세계랭킹 3위 루이스. 미국의 시즌 첫 우승을 간절히 바라는 자국 팬들의 열렬한 응원이 있었지만 김효주는 흔들림 없이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했고, 마지막 홀 버디로 자신의 첫 우승을 자축했다.

김효주는 “루이스라는 대선수에게 한 수 배우는 심정으로 경기에 임했다. 버디도 많이 나오고 재미있는 경기였다”며 “후회 없이, 그리고 기분 좋게 치고 가자고 마음 먹었는데 운 좋게 우승을 하게 됐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어 “멀리 고국에서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신걸로 안다. 가족이 아니라 쉽지 않을텐데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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