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빙상인연대 "성폭력 피해자 더 있다...배후는 전명규 교수"

  • 등록 2019-01-21 오후 1:12:08

    수정 2019-01-21 오후 1:36:34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젊은빙상인연대, 빙상계 성폭력 사건 관련 입장 표명 기자회견에서 성폭력 추가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혜원 의원이 공개한 피해 선수와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 간의 SNS 메시지 캡처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젊은빙상인연대가 빙상계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추가 폭로하면서 배후에 전명규 전 대한빙상연맹 부회장 및 한국체대 교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젊은빙상인연대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론관에서 빙상계 성폭력 추가 폭로 기자회견을 열고 “심석희 외에도 성폭력 피해자가 더 있다”고 밝혔다.

젊은빙상인연대 대표를 맡고 있는 여준형 전 대표팀 코치는 젊은빙상인연대 대표는 “2개월여 전부터 빙상계의 성폭력 의혹을 접수해 사실관계를 파악했고 직접 성추행 의혹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들의 실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피해자 가운데는 현역 선수도 있고 미성년자일 때부터 피해를 당한 선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자리한 손혜원 국회의원(무소속)은 “젊은빙상인연대가 피해자의 적극적 증언과 간접적 인정 등을 통해 확인한 피해 사례는 심석희 선수 건을 포함해 총 6건이었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2차 피해와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언급했을 때 빙상계에서 계속 머물기 힘들지 않을까 크게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공개하길 바라지 않는 성폭력 사건은 이 자리에서 구체적 언급을 피하도록 하겠다. 덧붙여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날짜, 장소에 대해 소상히 설명드리지 못함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폭력 사건은 이 자리에서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손혜원 의원은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하기 위해 피해 선수와 가해 지도자가 나눈 SNS 메시지도 공개했다. 그는 “빙상선수 A 씨는 10대 때 한체대 빙상장에서 스케이트 강습을 받던 중 빙상장 사설강사이자 한체대 전 빙상부 조교인 한 코치로부터 수회에 걸쳐 성추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훈련 도중 자세를 교정해준다는 핑계로 강제로 안거나 입을 맞췄다고 증언했으며, 국외 전지훈련을 갔을 때도 강제 포옹과 강제 입맞춤이 계속됐다고 증언했다. 또 ‘밖에서 만나서 영화 보러 가자’ 등의 연락을 취했다”고 밝혔다.

이어 “A 선수가 이를 거부하자 해당 코치는 폭언을 퍼부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국가대표 선수 선발 과정에서 경기력을 떨어뜨리는 행위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 현재 이 선수는 당시 충격으로 스케이트화를 벗은 상태다”고 덧붙였다.

손혜원 의원이 공개한 SNS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A씨는 ‘피해자는 저이고 죽고 싶다는 생각도 수백번씩 하고 잠도 못 자는 것도 저인데 가해자란 사람이 죽겠다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전명규 교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전명규 교수는 ‘네가 빨리 벗어나길 바래. 그것이 우선이야’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손혜원 의원은 “전명규 교수는 성폭력 사건을 피해자로부터 전달받아 충분히 인지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가해자는 여전히 빙상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전명규 교수가 사건의 은폐에 관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명규 교수는 빙상계의 대부로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빙상 선수들은 그가 자기 측근의 성폭력 사건 은폐에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피해 입은 빙상선수들이 증언에 소극적인 것이다”며 “빙상계의 적폐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전명규 교수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젊은빙상인연대는 “심석희 선수가 용기를 내 길을 열어주었음에도 성폭력 피해를 본 선수들이 왜 혼자서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들에게 성폭력을 가한 지도자들이 어째서 계속 승승장구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며 ”피해 선수들은 자신의 신원이 공개될 경우, 빙상계를 좌지우지하는 이른바 ‘전명규 사단’으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할까 두려움에 떨며 살아왔다. 지금도 그 두려움은 여전하다. 이 두려움은 도대체 누가 만들어낸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특정감사 결과, 한국체육대학교 전명규 교수의 전횡과 비위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빙상인들과 빙상 팬들은 문체부의 감사로 전 교수가 오랫동안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비정상의 상징’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정상화’되리라 기대했다. 교육부가 전 교수에 대한 중징계를 한국체대에 요구했을 땐 ‘이번만은 바뀌겠지’하는 기대감을 품었다”며 “하지만 그 모든 기대는 헛된 바람으로 끝났다. 빙상연맹은 ‘친 전명규 관리단체’로 변신하며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했고, 한국체대는 전 교수에게 고작 감봉 3개월의 하나 마나 한 징계로 면죄부를 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젊은빙상인연대는 “조재범 전 코치와 심석희 선수는 모두 전 교수의 한국체대 제자들이다. 추가 성폭력 가해자 가운데 상당수도 전 교수의 제자들로 확인됐다. 전 교수가 총책임자로 있던 한국체대 빙상장에서 폭행과 폭언을 일상으로 경험했던 학생선수 다수도 한국체대와 관련된 이들이었다”며 “전명규 교수가 오랫동안 대한민국 빙상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던 배경은 빙상계를 포함한 체육계, 그리고 일부 정치인의 비호가 있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젊은빙상인연대는 이 자리에서 세 가지 요구 사항을 밝혔다. 우선 체육계 전반에 걸쳐 폭로된 체육계 성폭력에 대해 빠르고도 과감한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이들은 “체육계 성폭력의 항구적 근절을 위해 보다 실효성 있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달라. 확정판결 난 체육계 성폭력 가해자는 각 경기단체 홈페이지에 실명을 공개하고, 성폭력 빈발 경기단체에 대해선 정부 지원금을 대폭 삭감하는 등 실질적인 제재안을 명문화해달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체육대학교에 대한 강도 높은 감사를 촉구했다. 젊은빙상인연대는 “한국체대는 국립대이고, 한국체대 교수들은 교육 공무원 신분이다. 하지만, 한국체대에서 벌어진 각종 사건, 사고는 ‘과연 이곳이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국립대인가’라는 의문을 낳게 한다. 전 교수를 비롯해 빙상계 성폭력 가해자와 은폐 세력 대부분이 한국체대를 기반으로, 탄탄한 그들만의 왕국을 구축해왔다. 한국체대의 정상화없인 대한민국 엘리트 체육의 정상화도 기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의 총사퇴도 요구했다. 젊은빙상인연대는 “대한체육회는 체육계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이기흥 회장과 대한체육회는 빙상연맹 해체라는 ‘꼬리자르기’로 사태를 무마하려 하고 있다. 이기흥 회장을 비롯한 대한체육회 수뇌부는 이미 국민과 체육계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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