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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부터 방송가 화두였던 ‘예능 침체기’가 수십 여개의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론칭으로 돌파구를 찾나 싶었지만, 결국은 ‘국민 MC’의 힘에 기댄 양강 체제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MBC는 강호동을 앞세운 ‘별바라기’에 정규 편성의 추가 기울고 있다는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KBS2 역시 유재석이 주축인 ‘나는 남자다’의 정규 편성이 유력시되고 있다.
누구도 ‘확정’이라는 확답을 주진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예상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기도 하다. 몇몇 예능 PD 사이에서는 “강호동과 유재석이 나설 때부터 파일럿 정규 경쟁은 무의미했다”고 입을 모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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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정해진 결과라고 생각할 수만은 없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이견을 내세울 만큼 성과가 뚜렷했던 과정도 찾긴 힘들었다. ‘국민 MC’ 타이틀이라는 계급장을 떼고 프로그램 포맷의 참신함이나 접근 방식의 차별화 등이 제대로 드러나지 못했다는 평가다.
현재 방송 중인 ‘두근두근 로맨스’는 SBS ‘짝’과 유사한 매칭 콘셉트의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에게 반감을 주는 부분도 있다. 박명수가 나선 ‘밀리언셀러’는 음악과 예능을 접목시킨 소통형 프로그램을 지향했지만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은 나쁘지 않았지만 들쑥날쑥한 패널의 캐릭터 속에 과소비되고 있는 신동엽이란 MC의 역할이 아쉬웠던 ‘미스터 피터팬’도 정규편성과 거리가 있어보인다. ‘개그콘서트’의 수장이었던 서수민 PD가 기획한 ‘음악쇼’도 정규 편성으로 이어지기엔 약했다. 교양형 예능을 지향했던 ‘대변인들’도 같은 입장이다.
한 예능국 관계자는 “‘아빠 어디가’나 ‘꽃보다 할배’처럼 국내 예능 판도에 변화를 줄만큼의 아이디어가 도출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새로운 시도가 어느 때보다 많은 개편시기였지만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새것으로 교체돼야 할 시간대는 정해져있는데, 들어갈 마땅한 알맹이가 없을 땐 결국 출연진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제작진 입장에서 유재석이나 강호동은 그런 의미로 유일한 힘이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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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과 강호동의 예능이 정규편성으로 빛을 보는 것에 있어서 시청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유느님’이라 부르는 유재석 팬덤은 공고하다. MBC ‘무한도전’으로 쌓고 있는 유재석의 대중과의 신뢰도는 상당하다. ‘나는 남자다’ 역시 ‘유재석 예능’이라고 홍보 효과를 누린 부분이 컸던 게 사실이다.
문제는 변화의 절실함이다. 유재석과 강호동 모두 ‘첫회’부터 시작하는 예능프로그램이 오랜만이다. MC가 새로워져야 프로그램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 예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나는 남자다’는 남자의, 남자를 위한 토크쇼로 차별화된 색깔을 냈다. 남자들만의 이야기를 끌어내면서도 다양한 연령층과 성별 구분 없이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를 살려내는 게 중요하다. 그 동안 ‘착한 리스너’처럼 보였던 유재석이 보다 적극적으로 일반인 패널들의 마음을 여는데 집중해야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강호동의 ‘별바라기’도 비슷한 처지다. ‘별바라기’는 팬미팅 형식을 빌린 토크쇼로 스타와 팬의 끈끈한 정을 확인할 수 있는 훈훈한 장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부각된 건 스타 출연진의 입담과 팬들의 에피소드. SBS ‘스타킹’으로 일반인과 소통하고 MBC ‘무릎팍도사’로 심층 토크쇼에 능했던 강호동이 이젠 ‘메신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 다른 예능국 PD는 “시청자들에게도 가장 임팩트를 주는 MC가 유재석과 강호동이다. 모두가 새로운 환경에 놓여있다. 시청자도 어떤 것이든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나게 될 것이고, 유재석과 강호동의 예능이 낙점된다면, 그들 역시 새로운 진행과 포맷에 적응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