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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세팍타크로 대표팀은 22일 인도네시아 팔렘방 자카바링 스포츠시티에서 열린 팀 레구(regu:팀을 뜻하는 말레이어) 종목에서 은메달을 수확했다.
여자 대표팀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인도, 라오스 등을 제친 뒤 4강에서는 B조 1위를 차지한 강호 베트남까지 따돌리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 세계 최강 태국에게 0-2로 아깝게 져 금메달은 아깝게 놓쳤다.
하지만 동남아시아가 절대 강자인 세팍타크로 종목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것만으로도 놀라움, 그 자체다.
한국 여자 세팍타크로는 2002년 부산 대회와 2005년 도하 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적이 있지만, 은메달은 역대 최고 성적이다.
세팍타크로라는 이름은 ‘차다’라는 뜻의 말레이시아어 ‘세팍’과 ‘공’이라는 뜻의 태국어 ‘타크로’를 합친 말이다. 종목 이름의 어원처럼 세팍타크로의 주 무대는 동남아시아다. 전용 공을 사용해 발로만 볼을 차 네트 너머 상대편 구역으로 공을 넘기며 점수를 얻는 경기이다
한국의 세팍타크로 저변은 열악하다. 총 실업팀은 7개 팀, 팀당 엔트리는 5명이다. 실업 선수 숫자가 40명 남짓에 불과하다. 남녀 중·고교 선수를 모두 합쳐도 전체 선수가 30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곽성호 여자 대표팀 감독은 “우리나라에 있는 선수들을 다 합쳐도 웬만한 동남아 국가의 한 지역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열악한 환경과 무관심을 딛고 서로를 의지하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몇몇 선수는 부상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웠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투혼을 발휘했다.
주장 김희진(34·경북도청)은 “기쁘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선수들끼리 많이 의지하고 서로 다독여준 것이 은메달이라는 결실로 나온 것 같다”며 “이번을 계기로 세팍타크로가 더 알려지면 좋겠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정식종목이 된 패러글라이딩 종목에서도 기적 같은 메달이 나왔다.
패러글라이딩 여자 대표팀의 이다겸(28)은 23일 인도네시아 웨스트 자바의 푼칵에서 끝난 정밀착륙 여자 개인전에서 10라운드 합계 98점을 받아 푸총 눈나팟(태국·77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정밀착륙 남자 개인전의 이철수(46)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열린 단체전에선 남자부가 은메달, 여자부가 동메달을 수확했다. 이번 대회에서만 한국 대표팀은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따냈다.
금메달이 나오지 않은 것은 살짝 아쉽지만 한국의 패러글라이딩 환경을 생각하면 이 같은 성과도 기적이나 다름없다. 세팍타크로와 마찬가지로 패러글라이딩도 역시 인도네시아, 태국 등 해양 레저스포츠가 발전한 동남아시아가 강국이다.
우리나라 대표 선수들은 모두 전문 선수가 아닌 동호인 출신들이다. 생업을 하면서 자비를 들여 패러글라이딩을 병행했다.
대표팀 주장이자 한국 선수단 최고령 선수인 김진오(51)는 27년 동안 패러글라이딩과 함께 했다. 남자 개인전 동메달을 딴 46살의 이철수도 다른 종목이면 벌써 은퇴했을 나이다.
패러글라이딩은 그동안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정식종목이 아니다 보니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지원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정식종목이 되면서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게 됐고 한국 선수단의 새로운 효자 종목으로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