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투런' 터너, "커쇼가 MVP 아니면 누가 최고인가"

  • 등록 2014-08-22 오후 4:57:01

    수정 2014-08-25 오후 1:47:19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LA 다저스의 멋진 역전승을 일궈낸 저스틴 터너(30·LA다저스)가 클레이튼 커쇼(26·LA다저스)에게 개인 15승보다 더 값진 응원의 말을 전했다.

커쇼는 2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끝난 샌디에고 파드레스와 홈 3연전 최종전에 선발등판, ‘8이닝 3피안타 1실점 2볼넷 10탈삼진’ 등을 기록하며 시즌 15승(3패 평균자책점 1.86→1.82)째를 따냈다.

커쇼의 15승 의미와 터너의 ‘감동’ 인터뷰

다저스 선발진은 류현진(27·LA다저스)이 엉덩이 근육부상으로 15일자 부상자명단(DL)에 오른 지난 15일 뒤 5경기 동안 단 1차례만 5회 이상을 버텨줬다. 커쇼가 나서 생애 첫 완투패를 당했던 17일 밀워키 브루어스전(2-3 패)이 유일했다.

‘마의 5이닝 공포’가 생겨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찰나 어려운 상황에서 또 에이스 커쇼가 해줬다. 스스로 다저스의 그 5경기 1승4패 슬럼프를 끊었다.

클레이튼 커쇼가 마운드에서 역동적인 동작으로 공을 뿌리고 있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타선에서는 터너의 한방이 팀을 구해냈다. 커쇼 못지않게 잘 던지던 우완 선발투수 타이슨 로스(27·샌디에고)를 상대로 0-1로 뒤진 8회말 극적인 좌월 역전 투런홈런을 작렬시키며 마지막 순간에 커쇼의 15승을 만들어줬다.

경기 뒤 터너는 자신의 활약상보다 또는 15승을 안긴 것보다 더 값진 인터뷰로 커쇼에게 작은 감동을 선사했다.

터너는 LA의 유력 일간지인 ‘LA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커쇼는 타고난 승부사다. 시즌 내내 그와 그가 해왔던 일들은 어떤 말로도 충분히 설명하기 힘들다”고 운을 뗐다.

터너의 눈에는 리그 최우수선수(MVP)는 의심의 여지없이 커쇼였다. 그는 커쇼의 MVP 수상 가능성에 대해 “왜 안 되겠나?”라고 반문하며 “그가 공을 손에 쥐는 순간이 언제든지 그는 필드 위에서 말 그대로 최고의 선수(best player)가 된다. 이미 커쇼는 내 투표를 받았다”고 아낌없이 지원했다.

이렇듯 터너는 커쇼를 칭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사실 이날 그의 한방은 굉장한 의미를 지닌 것이었다.

앞서 다저스는 7회 이후 추격하는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채 46패만을 당했다. 안타는 많은 편(팀 최다안타 1127개 전체 6위)이지만 클러치 능력이 떨어지는 타선의 특성상 좀처럼 경기 후반 역전극을 만들어내지 못한 결과다.

바로 이 징크스를 터너의 8회말 역전 투런으로 마침내 끊어냈다. 터너는 “우리 모두가 그걸 인지하고는 있었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얘기해오던 일이었다”고 말했다.

커쇼의 46년만 투수 MVP 수상, 현실성은?

터너가 거의 확신한 대로 커쇼의 MVP 가능성은 이날 아예 못을 박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간발의 차로 그러지를 못했다.

지난 6월19일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한 차례 노히트게임을 장식했던 커쇼는 이날도 6회 2사까지 노히트 행진을 이어가며 단일시즌 기준 지난 1973년 놀런 라이언(66) 이후 무려 41년 만에 ‘한 시즌 멀티 노히트게임(2회 이상)’을 달성할 뻔 했다.

2010년 당시 필라델피아 필리스 소속의 로이 할러데이(37)도 있지만 정규시즌 1회와 포스트시즌(PS) 디비전시리즈(DS) 1회로 나뉘어 단일시즌(정규시즌) 기록으로는 인정받지 못한다.

비록 이날은 불발됐지만 투수 MVP 수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41년만의 첫 멀티 노히트게임을 의식했냐는 질문에 커쇼는 “5회로는 충분하지 않다. 6~7회는 가야 팬들이 저절로 알려주는 것이다”고 답했다.

이어 “6회 투수에게 안타를 얻어맞았다. 그래서 오늘은 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커쇼는 남은 경기에서 여전히 멀티 노히트게임 가망성을 열어놓고 있는 데다 지난 5월24일부터 8월6일까지 14경기 연속으로 ‘3실점 이하+7탈삼진 이상’을 찍어 이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놓은 상태다.

지난 100년간 메이저리그 역사를 통틀어 1986년 마이크 스캇(12회)과 2002년 커트 쉴링(11회) 등을 넘어 이 부문 최강의 좌완특급 중 하나인 1999년 랜디 존슨(50)이 세웠던 14경기와 동률을 이뤘다.

8월11일 밀워키전(8이닝 6피안타 1실점 2볼넷 6탈삼진)에서 삼진 1개차로 너무 아깝게 행진이 중단된 뒤 다시 2경기 연속(9이닝 3실점 11탈삼진, 8이닝 1실점 10탈삼진)으로 기록을 이어가고 있어 내용 면에서는 1999년의 랜디 존슨이 부럽지 않다.

아메리칸리그(AL)에서는 투수 MVP가 2011년(저스틴 벌랜드)에 나왔지만 내셔널리그(NL) 기준으로는 1968년 밥 깁슨(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 22승9패 평균자책점 1.12 268탈삼진 등) 이후 46년째 없다.

커쇼의 투수 MVP 수상에 최대 걸림돌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홈런왕에 도전하고 있는 지안카를로 스탠튼(24·마이애미 말린스)이 첫손에 꼽히고 있다. 스탠튼은 ‘126경기 타율 0.295 32홈런 89타점 79득점 10도루 80볼넷 OPS(출루율+장타율) 0.961 OPS+ 163’ 등으로 굉장히 좋다.

다만 말린스의 PS 행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악재여서 커쇼로서는 끝까지 한번 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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