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연출한 이종필 감독의 말이다. 지난 21일 개봉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국제화 열풍이 불기 시작했던 1990년대를 배경으로 회사 말단 여성 직원들이 힘을 뭉쳐 회사의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종필 감독은 “전작을 실패한 뒤여서 그런지 이 작품을 만났을 때 유쾌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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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밝은 이야기가 하고 싶었고, 무거운 이야기일수록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분위기를 바꿔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내부 고발이라는 게 현실에서는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 않나. 영화에서만이라도 한 번쯤 승리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도 컸던 것 같다.”
“지금은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며 ‘워라밸’(워크-라이프 밸런스),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등으로 개인의 행복이 더 중요해진 시대다. 그런 시대에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회사의 비리를 고발하는 자영(고아성 분)을 보면서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라면서 놀라는 관객도 있더라. 이 영화는 자영처럼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보잘 것 없지 않다는, 묵묵히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고 싶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내뿜는 건강에 기운에 고아성 이솜 박혜수 젊은 배우들을 기용한 캐스팅도 주효했다. 고아성 이솜 박혜수가 각각 연기한 자영 유나 보람, 세 캐릭터는 그 시절의 수많은 보통 사람들을 대변한다. 각자는 어리고 약할 수 있지만 이들의 연대는 영화에서 강력한 힘을 낸다.
“자료조사를 하면서 90년대 사진들을 쭉 훑어보는데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 3명이 걷고 있는 사진을 본 적 있다. 한 사람은 톰보이 같았고 또 한 사람은 맵시가 좋더라. 나머지 한 사람은 직장인이지 학생인지 모를 차림이었다. 그 사진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는데 캐스팅을 마치고 촬영장에서 고아성 이솜 박혜수 세 사람을 모습을 보는데 그 사진 속의 3명이 겹쳐 보이더라. 그때 이 세 사람이 만나기 위해서 이 영화가 만들어나란 기분이 들었다.”
“연기는 우연히, 얼떨결에 하게 된 건데 둘 다 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 당분간 본업인 감독에 충실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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