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3만7천m 달리고도 펄펄 나는 이승훈 '강철 체력'

  • 등록 2018-02-24 오후 11:02:14

    수정 2018-02-24 오후 11:28:42

[이데일리 스타in 방인권 기자] 이승훈이 24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오발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결승선을 통과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강릉=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올림픽 초대 챔피언에 오른 이승훈(대한항공)의 체력은 미스터리다.

이승훈은 이번 대회에서 무려 네 종목에 출전했다. 그것도 하나같이 엄청난 체력소모를 요하는 종목들이다. 1만m, 5000m, 팀 추월에 매스스타트까지.

팀 추월은 400m 트랙을 8바퀴나 돌아야 한다. 8강, 4강, 결승까지 3번 레이스를 펼친다. 매스스타트는 400m 트랙을 16바퀴 돈다. 평창 올림픽에선 예선과 결승을 하루에 다 했다. 6400m씩 2번, 총 12800m를 달렸다.

이승훈이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달린 거리를 모두 합치면 무려 3만7000m나 된다. 400m 빙상트랙을 93바퀴 이상 돈 셈이다. 그나마 출전권을 가지고 있던 1500m는 후배 주형준(동두천시청)에게 양보를 했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렇게 달리고도 지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경기를 치르면 치를 수록 더욱 힘이 났다. 특히 매 경기마다 무서운 스퍼트 능력을 뽐내 국민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이승훈의 스퍼트 능력은 첫 경기였던 5000m부터 예고됐다. 5000m에서 놀라운 뒷심을 발휘해 5위에 올랐다. 이어 1만m에서는 4위를 차지했다.

이승훈은 최근 장거리 종목 보다는 팀추월과 매스스타트에 주력해왔다. 본인 스스로 5000m와 1만m는 팀추월, 매스스타트를 위한 워밍업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워밍업에서 놀라운 기록이 나오니 주종목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승훈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팀추월에서 한참 어린 10대 동생 김민석, 정재원을 이끌고 레이스 절반 가까이를 앞장서 이끌어 은메달을 수확했다.

그리고 그토록 기다렸던 주종목 매스스타트에서 갈고 닦은 코너링 능력과 막판 스퍼트 능력을 마음껏 뽐내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물론 이승훈의 노련한 경기 운영도 단연 돋보였다.

자신의 스피드 능력만 믿고 3바퀴를 남기고 전력질주를 시작했다가 제풀에 지친 스벤 크라머르(네덜란드)와 너무나 비교가 된 레이스였다.

3만7000km를 달리고도 끄떡없이 금빛 질주를 펼친 이승훈은 이제 4년 뒤 베이징을 바라본다. 4년 뒤면 34살의 노장이 된다. 하지만 평창에서 보여준 ‘강철체력’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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