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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영상은 투수에게 있어 최고의 영예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사이영상 수상자라는 수식어는 가장 영광스러운 훈장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올해는 뜻하지 않은 논란이 불거졌다. 바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받은 릭 포셀로(28·보스턴)와 아쉽게 상을 놓친 저스틴 벌랜더(33·디트로이트)가 주인공이다.
포셀로는 올시즌 22승4패 평균자책점 3.15를 기록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223이닝을 던져 이닝당 출루허용율(WHIP)은 1.01에 그쳤다. 포셀로의 활약에 힘입어 보스턴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했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벌랜더가 오히려 더 사이영상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렸다. 벌랜더는 올 시즌 16승9패 평균자책점 3.05를 기록했다. 227⅔이닝을 던져 삼진 254개를 무려 254개나 잡았다. 아메리칸리그 탈삼진왕에 등극했다. WHIP도 1.00으로 포셀로를 0.01 차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다승을 제외하고 평균자책점, 탈삼진, WHIP, 투구 이닝 등 대부분의 기록에서 벌랜더가 포셀로를 앞섰다. 하지만 상의 주인은 벌랜더가 아닌 포셀로였다.
그런데 논란은 투표 결과에 불거졌다. 1위 표는 오히려 벌랜더가 14표로, 8표에 그친 포셀로 보다 더 많은 받은 것이었다. 반면 포셀로는 2위 표를 무려 18표나 받았고 벌랜더는 2표에 그쳤다.
더구나 최종후보에 오른 포셀로와 코리 클루버(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30명의 투표인단에게 모두 표를 받은 반면 벌랜더는 2명에게 아무런 표도 얻지 못했다. 만약 이들이 만약 벌랜더에게 2위나 3위 표라도 투표했다면 상의 주인은 바뀌었을 것이다.
선수의 활약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상을 못 받게 하려는 개인 감정이 작용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벌랜더에게 투표하지 않은 2명은 AP통신의 프레드 구잘과 MLB.com의 빌 채스타인으로 두 사람 모두 탬파베이 구단을 담당하는 기자들이다.
이해할 수 없는 투표 결과가 나오자 벌랜더는 입을 닫았지만 대신 연인인 케이트 업튼이 발끈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섹시 스타이자 배우인 업튼은 자신의 SNS를 통해 “벌랜더는 가장 많은 1위 표를 얻었는데, 2명의 기자는 벌랜더에게 투표를 하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포셀로, 너는 이기지 못했다”며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시대를 따라잡고 2명의 기자를 해고해야 한다”고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1위 표를 더 적게 받고도 사이영상을 받은 경우는 이번이 세 번째였다. 앞서 1998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과 2009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도 이 같은 일이 있었다.
수상자를 결정하는 방법으로 소수의 기자단 투표는 항상 논란을 불러왔다. 기자들의 주관이 지나치게 개입되다 보니 일관성과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투표인단을 대거 늘리거나, 수상자 결정에 팬 투표 등 다양한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은 워싱턴 내셔널스의 우완 에이스 맥스 셔저(32)에게 돌아갔다. 오른쪽은 푸른색, 왼쪽은 갈색 눈을 가진 ‘오드 아이’로 유명한 셔저는 1위표 25장, 2위표 3장, 3위표 1장과 4위표 1장 등 총점 192점을 얻어 존 레스터(시카고 컵스.102점)와 카일 헨드릭스(시카고 컵스. 85점)를 넉넉하게 제쳤다.
이번 시즌 셔저는 34경기 모두 선발로 등판해 20승 7패 228⅓이닝 284탈삼진 평균자책점 2.96을 기록했다. 선발등판 경기(34), 승리(20), 이닝(228⅓), 탈삼진(284), WHIP(이닝당 출루 허용·0.968), 삼진/볼넷 비율(5.07)까지 6개 부문에서 내셔널리그 1위에 등극하며 리그를 지배했다.
셔저는 2013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소속으로 아메리칸리그에서 사이영상을 수상한 바 있다. 양대 리그 사이영상 수상은 120년이 훨씬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통산 6명 밖에 없는 대기록이다. 셔저 이전에 게일로드 페리, 로저 클레멘스, 랜디 존슨, 페드로 마르티네스, 로이 할러데이 등 전설적인 투수들이 양대리그 사이영상의 주인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