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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귀국을 앞둔 윤석민은 “일본에서 내려서 배를 타고 부산으로 가야할 것 같다”면서 “내가 얼굴을 제대로 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잔뜩 걱정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로 메이저리그 입성을 노렸던 윤석민. 그러나 시즌 후 그가 받아든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미국 진출 첫해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지 못한 채 트리플A에서만 23경기에 등판해 4승 8패 평균자책점 5.74의 성적을 거뒀다.
트리플A 노포크 타이즈 유니폼을 입고 뛴 6개월. 그에겐 태극마크를 달고 뛴 것과도 같았다. 윤석민은 류현진과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투수였다. 그 어느 등판보다 더 많은 책임감과 부담감이 함께 했던 시간들이었다.
수많은 야구 팬들의 관심 속에 당당하게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렸던 윤석민이다. 9월 확대엔트리를 통해 마지막으로 빅리그 승격을 기대해봤지만 최종적으로 40인 로스터에서 제외, 방출 대기 조치를 받고 조금 일찍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많은 기대를 받았던 만큼 변변치 못한 성적에 제일 아쉬웠던 건 윤석민 본인. 귀국길에 앞서 무엇보다 더 힘들었던 건 응원해준 국민들의 기대치에 충족하지 못했다는, 마음이었다. 윤석민은 “잘 하지도 못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래도 윤석민은 당당했다. 늘 그랬듯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돌아왔다.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비록 성공적인 1년은 아니었지만 윤석민은 마이너리그에서 얻었던 소중한 경험들에 대해 풀어놓았고, 그 안에서 내년 시즌 빅리그에 대한 희망도 찾았다.
윤석민이 미안해 할 일은 절대 아니다. 아직 윤석민의 도전은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윤석민은 아직 볼티모어와 2년 더 계약이 남아있는 상태. 내년 시즌 그의 꿈은 여전히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는 것이었다. 윤석민은 내년 시즌이면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쓸 수 있다. 그만큼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설 윤석민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윤석민은 “난 여전히 소속팀이 볼티모어다”면서 그간 불거졌던 국내 유턴설을 부인한 뒤 “내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 난 여전히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뛰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내년 시즌 빅리그 입성을 다짐했다.
얼굴을 들지 못하겠다던 윤석민이지만 짧은 인터뷰를 통해 본 그의 속마음은 그간의 시간 동안 꽤 단단해져 있는 듯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