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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아름다운 은메달’을 목에 건 뒤 펑펑 울었던 ‘빙속여제’ 이상화(29·스포츠토토)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돌아왔다. 그를 괴롭혔던 알람에서 해방됐다는 사실이 가장 기쁜 듯 보였다.
이상화는 19일 강릉 올림픽파크 내 코리아하우스에서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평소 알람이 7개 정도 맞춰져 있는데 이제는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고 먹고 싶은 시간에 먹고 싶다”며 “알람은 어제부로 다 껐다. 다 내려놓고 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상화가 말한 알람 7개는 새벽 훈련-휴식-오전 훈련-휴식-오후 훈련-휴식-야간 훈련 시간에 맞춰져있다. 하루 종일 훈련과 휴식으로 꽉 짜인 스케줄을 지난 4년간 견뎌왔다.
평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3연패를 노렸던 이상화는 전날 열린 경기에서 라이벌 고다이라 나오(일본)에 이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비록 바랐던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온 힘을 다한 레이스였다. ‘모두 끝났다’는 안도감과 허탈함이 겹치면서 이상화의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4년 전 소치 동계올림픽 대회에서의 일화도 소개했다. 이상화는 “소치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4년 뒤에도 금메달 따실 거죠’라고 질문한 기자가 있었다”며 “소치 때는 정상에 있었고 세계신기록도 세웠다. 스케이트를 타는 게 쉬웠다. 하지만 부상 등이 겹치면서 감을 잃었다. 힘든 시간을 보냈다. 여기까지 끌어올린 것 자체가 큰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이상화는 전날 500m 경기에 앞서 SNS에 ‘#난나야’라는 글을 남겼다. 이상화의 심경을 그대로 담은 짧지만 의미 있는 말이었다.
이상화는 이번 올림픽이 선수 인생의 마지막이 아님을 강하게 암시했다. 그는 “어제 경기가 끝나 지금 뭐라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능력이 있으면 (베이징) 올림픽까진 아니면 1~2년은 더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이번 올림픽을 마지막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면 몸 상태가 나태해지기 때문이다”며 “올림픽이 끝나도 시합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덕분에 나태해지지 않고 은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앞으로 계속 선수생활을 한다면 훨씬 즐겁게 스케이트를 탈 수 있을 것 같다”며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 준비하는게 더 힘들었다. 앞으로는 성적에 상관없이 재밌는 스케이트를 타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상화는 인터뷰 끝에 “스케이터로서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 전설적인 선수로 남고 싶다. 한국 스프린터 가운데서도 이런 선수가 있었구나라고 기억되고 싶다”고 말한 뒤 “사실 남았죠”라고 농담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