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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희 감독이 이끈 흥국생명은 27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18~19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도로공사를 세트스코어 3-1(15-25 25-23 31-29 25-22)로 누르고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박미희 감독으로선 의미가 큰 우승이었다. 프로스포츠에서 흔치않은 여성 사령탑이라는 부담감이 늘 그를 따라다녔다. 2년 전 챔프전에서 IBK기업은행에게 1승3패로 무릎을 꿇었을때도, 지난 시즌 최하위로 정규시즌을 마쳤을때도 ‘여성 감독’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계속 됐다.
하지만 이번 시즌 통합 우승으로 박미희 감독은 모든 편견과 선입견을 단숨에 날려버렸다. 본인 배구 인생으로는 1984년 미도파에서 선수로서 우승한 이후 35년 만에 차지한 정상이었다.
박미희 감독은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2년 전 챔프전에서 패했을때 흘렸던 아쉬움의 눈물과는 180도 달랐다.
박미희 감독은 ”2년 전 누군가 ‘그녀가 가는 길이 처음 가는 길이다’라는 말을 해줬다. 힘들었을때 계속 있어야 하나 고민했던 순간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여성 감독으로서 가진 책임감이 크다. 사실 내가 어깨가 무거울 이유가 없다, 하지만 누군가가 해야 한다면 내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최소한 (다른 여성 감독의)길을 막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내게 주어진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팀의 주포 이재영에 대한 고마움의 감정도 털어놓았다. 박미희 감독은 “이재영은 내가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원래 내가 칭찬은 인색한 편이다”며 “마음속으로는 많이 칭찬해주고 싶지만 나름 절제를 하고 있다. 올해 너무 잘했지만 새로운 목표가 생겨야 지금 위치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수 시절 우승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기쁘다”고 목소리를 높인 박미희 감독은 “우승하고 나서 가장 좋은 것은 다음 경기를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고 말한 뒤 어린 아이처럼 깔깔 웃었다.
이어 “시즌 때는 집에 거의 들어가지 못했는데 가족들이 각자 위치에서 잘 살고 있더라. 각자 열심히 살고 있어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가족에게도 우승의 공을 돌렸다.
박미희 감독은 “지금 우승했지만 계속 새로운 목표가 생길 것 같다”며 “선수 생활은 선수가 제일 힘든 줄 알았다. 지도자가 됐을 때는 지도자가 더 힘들었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새로운 목표를 세우면서 살 것 같다”고 담담하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