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AG] 가난 극복한 양학선, 부상 넘어 金 쏠까

  • 등록 2014-09-25 오후 3:27:57

    수정 2014-09-25 오후 4:29:54

[이데일리 e뉴스 박종민 기자] ‘도마의 신’ 양학선(22·한국체대)이 결전을 앞두고 있다. 양학선은 25일 오후 7시 남동체육관에서 열리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남자 도마 종목에 출전해 북한의 리세광(29)과 정면 대결을 펼친다.

그동안 양학선의 도전에는 감동적인 요소가 숨어 있었다. 2012 런던 올림픽 도마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후 1년 만에 그는 새집을 장만한 바 있다. 여름과 겨울마다 살인 더위와 혹한의 고통이 옥죄여 오는 비닐하우스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비닐하우스가 아닌 번듯한 내 집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것은 양학선의 오랫동안 꿈꿔온 그림이었다.

△ 24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녀 종목별 결승 마루 경기에서 양학선이 부상 투혼을 펼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키 160cm, 몸무게 51kg의 작은 체구에 비닐하우스에서 너구리라면을 먹으며 자라온 양학선의 금빛 쾌거는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어려운 가정환경을 극복한 양학선은 꿈을 가진 청소년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됐다. 누구든 역경을 딛고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줬기 때문이다.

양학선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또 한 번의 위기를 맞게 됐다. 이번 장애물은 열악한 환경이 아니라 ‘부상’이다. 양학선은 지난 19일 훈련 중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경기 출전에 차질을 빚었다. 햄스트링은 허벅지 뒤쪽 부분의 근육과 힘줄 부분을 말한다. 그는 부상으로 훈련량을 줄였더니 다리 떨리는 증상이 계속됐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부상 탓에 주종목이 아닌 마루와 링을 건너뛰려고 했으나 의외로 ‘모험’을 택했다. 하지만 그는 마루에서 14.100점(난도 6.300/실시 7.800)으로 참가 선수 8명 중 7위에 그쳤다. 링 종목에서도 14.700점(난도 6.600/실시 8.100)으로 역시 7위를 차지했다. 마루와 링 출전 강행이 주종목 도마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칠까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양학선은 도마에서 리세광 이후 순번을 배정받았다. 결선에서 양학선은 다섯 번째, 리세광은 세 번째 순서로 나선다. 리세광의 경기력에 따라 심적 부담감이 더 커질 수 있지만, 그의 점수를 보고 기술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리세광의 기술은 ‘리세광’(뜀틀을 옆으로 짚은 후 몸을 접어 두 바퀴 돌면서 한 바퀴를 비트는 기술)과 ‘드레굴레스쿠 파이크’(뜀틀을 앞으로 짚은 후 몸을 접어 두 바퀴 돌고 반 바퀴 비틀기)다. 반면 양학선의 기술은 기존 ‘양학선’(뜀틀을 정면으로 짚은 뒤 세 바퀴 비틀기)에 ‘양학선2’(뜀틀을 옆으로 짚은 후 세 바퀴 반 비틀기)가 더해졌다. 최대 체공높이는 3m, 체공시간 1.06초 정도에 이르는 신기술 ‘양학선2’는 이번에 시도해 성공할 경우 국제체조연맹(FIG)에 공식 등재된다.

리세광이 높은 점수를 기록할 경우 양학선도 비장의 기술인 ‘양학선2’를 선보여야 점수에서 손해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훈련 때 ‘양학선2’의 성공률은 50% 였다. 결국 햄스트링 부상 회복 정도가 양학선의 메달 색깔을 좌우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최근 스포츠전문매체 ‘야후 스포츠’ 캐나다판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도마 우승자를 전망하는 기사에서 양학선을 우승후보 1순위로 꼽았다. 그러나 매체는 “최대 경쟁자는 리세광이 될 것”이라며 양학선도 금메달 획득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도마 결선 1위로 진출한 리세광이다. 만만치 않은 적수임은 분명하다.

양학선이 가난에 이어 부상마저 극복하고 아시안게임 2연패라는 ‘감동의 드라마’를 쓸지 시선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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