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이 열리자 실제 그런 흐름으로 갔다. 왕복 30시간이나 걸렸던 호주 원정 개막전의 피로도 탓인지 ‘철완’ 커쇼가 부상자명단(DL)에 들어가 5주간이나 빠져있는 사이 페르난데스는 거침없는 기세로 리그를 집어삼킬 듯이 치고나갔다.
또 한 번 희비가 교차한 건 5월초다. 커쇼의 복귀전이 치러진 5월7일 워싱턴 내셔널스전(7이닝 무실점 9탈삼진 승) 뒤 불과 사흘 만에 페르난데스(4승2패 평균자책점 2.44 51.2이닝 70탈삼진 등)의 팔꿈치에 이상이 생겼다. 결국 그는 5월17일 토미 존 서저리(팔꿈치인대접합수술)를 받고 시즌을 접었다.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우려하던 내구성의 문제였다. 검증된 커쇼와 아직 검증이 더 필요했던 페르난데스의 차이는 아무리 좋은 공을 가지고 있더라도 못 던지면 그만이라는 의미에서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내구성에 갈렸다고 볼 수 있다.
‘호페’ 빠진 내셔널리그(NL)는 무주공산?
커쇼의 2년 연속 및 통산 3번째 사이영상 수상에 최대 걸림돌이라던 ‘겁 없는 영건’ 페르난데스가 나가떨어지고 커쇼는 6월 들어 ‘6승무패 평균자책점(ERA) 0.82 61탈삼진’ 등을 질주하며 무주공산인양 사이영상에 바짝 근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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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쿠에토(28·신시내티 레즈)나 애덤 웨인라이트(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같은 오랜 경쟁자들이 앞으로 한창 물오른 커쇼의 기세를 꺾을 만큼 잘해줄 수 있을지가 남은 관전 포인트다.
꼭 이점이 아니라도 커쇼의 2년 연속 사이영상 수상은 역대급을 가리키고 있는 3가지 진기록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스포츠통계전문업체인 ‘스태츠’사에 따르면 앞서 노모 히데오(1995년 6월), 랜디 존슨(2000년 4월), 저스틴 벌랜더(2011년 6월) 등 단 3명만이 이 기록을 달성했다. 이중 다소 논란이 있었던 노모를 제외한 랜디 존슨과 벌랜더는 그해 리그 사이영상을 거머쥐었고 벌랜더의 경우 사이영상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에 수상한 역대 7번째 선수로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바 있다.
노모는 훨씬 대단했던 그렉 매덕스(48)의 벽에 가로막혔지만 역대급의 압도적인 월간 성적을 거둔 투수는 거의 사이영상을 탔다. 그 불패 신화를 커쇼가 이어받을지 흥미롭다.
쿠팩스-발렌수엘라의 전통, 커쇼가 이어받을 듯
커쇼의 사이영상이 보이는 두 번째 근거는 6경기 연속 ‘2자책점 이하-7탈삼진 이상’ 행진이다.
그해 쿠팩스와 발렌수엘라는 사이영상을 수상한 바 있어 이변이 없는 한 커쇼도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커쇼의 놀라운 ‘볼넷:삼진’ 비율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30일 세인트루이스전에서 ‘2볼넷:13탈삼진’을 추가한 커쇼는 이로써 시즌 ‘11볼넷-107탈삼진’이 됐다.
앞서 100탈삼진 돌파 시점을 기준으로 볼넷이 20개 이하였던 다저스 투수는 1966년 돈 서튼(69)과 1965년 샌디 쿠팩스 그리고 바로 24일 캔사스시티 로열스전에서 서튼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2014년의 잭 그레인키(30) 등 셋뿐이다.
1966시즌 서튼과 올해 그레인키는 ‘20볼넷-100탈삼진’이었고 1965시즌 쿠팩스가 다저스 프랜차이즈(연고) 기록인 ‘19볼넷-100탈삼진’을 수립했다.
커쇼는 이 쟁쟁한 전설들보다 배 가까이 낮은 11개의 볼넷으로 100탈삼진을 그것도 한 번에 껑충 돌파한 것이어서 놀라움을 안겼다.
커리어의 대부분을 다저스 소속으로 뛴 서튼은 통산 ‘324승256패 ERA 3.26 5182.1이닝 3574탈삼진’ 등으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갔다.
1966년은 서튼의 데뷔 해였고 1965년은 쿠팩스가 2년 연속 사이영상을 탔던 첫해(1963년 이후 4년간 3회 독식)였다.
올해 그레인키(10승4패 ERA 2.78 111탈삼진 등)는 커쇼의 2년 연속 사이영상을 제지할 라이벌 중 하나로 꼽힌다. 개인 역대 최고시즌 페이스지만 괄목할 만한 팀동료 커쇼가 버티고 있는 것이 못내 아쉽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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