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 이성열'엔 숨은 사연 더 있었다

  • 등록 2015-04-10 오후 2:20:08

    수정 2015-04-10 오후 2:20:08

사진=한화이글스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9일 대전 한화-LG전은 결승점이 된 강경학의 빠른 발과 함께 이성열의 맹활약으로 주목을 받았던 경기다.

8일 넥센에서 한화로 트레이드 되자마자 다음 날 경기서 역전 홈런에 적시 2루타쳤다. 그야말로 예상못한 드라마같은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왼손 대타감이 부족한 팀 상황을 고려한 트레이드였다. 장타력까지 더해진 이성열을 김성근 한화 감독은 원했다.

9일 경기를 마치고 김성근 감독은 “오늘의 승부처는 이성열 교체였다”고 말했다. 이성열은 0-3으로 뒤진 4회 2사 1,2루에서 7번 송광민 타순에서 한화 유니폼을 입고 첫 타석에 들어섰다. 결과는 1타점 2루타. 추격 점수가 그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김 감독은 설명을 이어갔다. “이성열을 빼지 않고 3루수 송광민과 좌익수 김경언을 모두 교체했다. 이성열 대신 두 명의 주전을 뺀 것이다. 사실 그곳이 승부처, 하이라이트였다”고 말했다.

대타감으로 예상됐던 이성열이다. 이성열 스스로도 교체를 예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김 감독의 선택은 3루수 송광민 타석에 들어간 이성열의 자리를 만들어주고자 좌익수 김경언까지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5회초 수비 때 3루엔 주현상이, 좌익수엔 이성열이 들어갔다.

아직 5회밖에 진행 되지 않은 경기. 승부도 팽팽하게 이어졌다. 주전 둘을 빼고 이제 막 트레이드 된 이성열을 수비까지 맡긴다는 게 모험일 수도 있는 일이었다.

단순히 첫 타석에서 안타를 쳐서만은 아니다. 송광민과 김경언을 믿지 못해서도 절대 아니다. 김 감독은 좌절과 아쉬움 속에 있는 이성열에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분위기 반전의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래야 훨씬 운용이 순조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경기에 앞서 김 감독은 이성열의 폼에도 손을 댔다. “수비는 우리 선수들과 크게 다를 것 없었다. 대신 방망이를 칠 때 약간 누워서 치는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을 수정했더니 훨씬 좋아지더라. 앞으로 좌투수들이 나올 때도 싸움이 잘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의 선택은 대성공으로 끝났다. 이성열은 6회 2사 1루 두 번째 타석에선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역전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이성열은 전 소속팀에서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던 선수였다. ‘보장된 기회’가 간절했다. 그런 그에게 이적 첫 경기에서 얻은 기회와 그 결과는 분명 다른 의미로 다가왔을지 모른다.

김 감독의 바람대로 이성열은 큰 자신감을 얻은듯 싶었다. “경기 후 그는 팀을 옮겼는데도 불구하고 좋은 타격으로 기대에 어느 정도 보답한 것 같다. 몸에 전율이 흐르고 뭔가 뭉클하더라”는 소감을 밝혔다.

그런 이성열을 바라보는 김 감독도 기분이 좋긴 마찬가지다. 트레이드로 데려온 선수를 첫 날부터 이렇게 요긴하게 쓸 수 있으니, 김 감독으로선 앞으로 경기 운영에 숨통이 트인 셈이다.

김 감독은 “홈런을 치고 들어올 때 내가 나가서 하이파이브를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알다시피 김 감독은 벤치에서 크게 감정표현을 하지 않는 편이다. 선수들이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 들어와도 무표정으로 뭔가를 수첩에 적고 있는 경우가 많다.

“왜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으셨냐”는 질문에 “나가려고 했는데 이성열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다라”고 말하며 김성근 감독은 껄껄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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