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부]조니 쿠에토, '제2의 페드로'라 불리는 이유

  • 등록 2014-06-11 오후 4:26:30

    수정 2014-11-06 오후 3:33:21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몇몇 스카우트들은 키가 너무 작다고 내게 대놓고 얘기했다. 다른 이들은 서류상에 적힌 나이보다 늙어 보인다며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조니 쿠에토(28·신시내티 레즈)

14년 전인 2000시즌 메이저리그 야구팬들은 진정한 외계인 투수를 경험했다.

90마일 후반대의 꿈틀거리는 패스트볼(빠른공)에 타자 무릎 쪽에서 폭포수 같이 휘어지는 커브 볼, 역으로 꺾여 들어가는 슬라이더, 역대 최강급의 체인지업 등으로 무장한 그를 사람들은 외계인이라고 불렀다.

그해 외계인은 7번의 완투와 4번의 완봉을 포함해 ‘18승6패 평균자책점(ERA) 1.74 284탈삼진(217이닝) 이닝당주자허용(WHIP) 0.737 9이닝당 피안타 5.3개’ 등의 경이적인 성적을 내며 생애 3번째 사이영상을 거머쥐게 된다.

당시 스테로이드 정점의 시대에 서 있던 무시무시한 강타자들조차 거의 치기 힘든 공을 던진다고 혀를 내두르기 바빴던 그는 다름 아닌 페드로 마르티네스(42)다.

‘작은 거인’을 동경하던 ‘작은 소년’

‘5피트11인치(180cm)-170파운드(77kg)’의 메이저리그 야구선수로는 왜소한 체격 때문에 원 소속팀(LA 다저스)으로부터 버림받았던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작은 거인 앞에 숱한 홈런타자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던 모습에서 사람들은 통쾌함마저 느꼈다.

그 모습을 저 멀리 도미니카의 산 페드로 데 마코리스에서 텔레비전(TV)을 통해 지켜보며 사무치도록 동경하던 한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페드로처럼 체구가 작다는 단 하나의 이유(미국야구의 스카우트 역사는 피지컬로 표현되는 선수의 신체·운동능력을 성공의 핵심 자질 중 하나로 평가하는 오랜 전통이 있다)로 수많은 난관에 봉착해야 했지만 끝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조니 쿠에토가 마운드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미국으로 건너오기까지 순탄치 않은 여정이었다. 많은 팀들에서 92마일(148km)을 던지는 18살짜리 유망주를 보러 왔지만 하나같이 덩치가 너무 작다는 점 때문에 결국 돌아섰다.

“몇몇 스카우트들은 키가 너무 작다고 내게 대놓고 얘기했다. 다른 이들은 서류상에 적힌 나이보다 늙어 보인다며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고 스스로 당시를 회상한다.

소년이 끝내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건 페드로의 존재가 컸다. 그는 “페드로는 내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었다. 그를 보면서 외야수를 그만 두고 투수가 되기로 결심했었다. 나의 가장 큰 꿈 중 하나는 페드로를 개인적으로 만나 악수를 나누고 당신이 바로 나의 롤모델이자 영웅이었다고 전해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제2의 외계인’으로 평가받기까지..

소년은 더 이상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었다. 3만5000달러라는 헐값에라도 그나마 관심을 가져주는 신시내티 레즈와 계약을 맺지 않을 수 없었다.

남들보다 한참 늦은 출발이었지만 성공에 대한 집념이 남달랐고 자기 자신을 믿었다. 페드로처럼 오롯이 실력만으로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싶었다. 일단 미국으로 건너가 이를 악물고 경쟁한 결과 3년 만에 마이너리그 무대를 평정하고 200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 페드로가 정점을 찍었던 때로부터 정확히 11년 뒤인 2011시즌 ‘제2의 페드로’가 나타났다는 평가를 이끌어내기에 이른다.

3년이 더 지난 2014시즌 리그 최강의 선발투수로 발돋움하고 있는 그는 12일(한국시간) 류현진(27·LA다저스)과 리턴매치를 벌이는 쿠에토다.

전성기 시절의 페드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쿠에토가 페드로와 종종 비교선상에 오르내리는 건 단지 태어난 나라가 같고 체구가 왜소하다는 동기부여 때문만은 아니다.

쿠에토는 프로필상 ‘5피트10인치(178cm)-220파운드(100kg)’로 나와 있지만 그를 직접 본 스카우트들은 실제 키가 5피트8인치(173cm)에 불과한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어떤 의미에서 페드로보다 더 못한 체격이지만 결정적으로 둘은 던지는 주무기가 흡사하다.

최고 90마일 후반대의 패스트볼(평균 93.2마일)에는 힘이 있고 평균 83.2마일(약 134km)이 나오는 체인지업은 패스트볼과 구분하기 힘들만큼 똑같은 각도에서 나온다. 여기에 예리하게 휘는 슬라이더와 공 끝의 움직임이 좋은 컷 패스트볼(커터), 70마일대의 커브도 간간이 구사한다.

쿠에토는 본인이 말하기를 작은 키를 극복하고자 와인드업 시 몸을 2루 쪽으로 최대한 비틀며 어깨를 크게 돌리는 독특한 투구 폼을 채택했다. 와인드업에서 딜리버리(투구시 팔을 휘두르는 동작)까지 부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인해 어깨에 무리가 가고 부상위험이 높다는 지적에도 쿠에토는 이 투구 머커닉(전체 동작)의 덕을 쏠쏠히 보는 것으로 분석된다.

폼은 특이하지만 일단 릴리스가 되면 굉장히 위협적인 공이 포수 미트로 대포알처럼 빨려 들어간다.

진정한 ‘페드로 마르티네스’로 거듭나는 기록

쿠에토는 다이내믹한 폼에서 나오는 패스트볼 계열의 구종 의존도가 높은 공격적인 스타일이다. 포심과 커터를 합한 패스트볼의 비율이 통산 62.7%이고 올 시즌에는 69.6%(포심 49.9%, 커터 19.7%)로 높아져 있다.

패스트볼 하나만 가지고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올 시즌 패스트볼 피안타율이 불과 0.131로 메이저리그 최저를 마크하고 있다. 팀동료 마이크 리크(27)의 2위 기록(0.178)과 상당한 격차가 있을 정도로 독보적임을 알 수 있다.

패스트볼에 약한 애드리언 곤살레스(31·LA다저스) 같은 타자들로서는 곤욕이다. 곤살레스는 올해 패스트볼 상대 타율이 0.216로 규정타석을 채운 171명 중 164위에 올라있을 만큼 약세다.

슬라이더는 그동안 쿠에토의 주 변화구였으나 최근 들어 양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슬라이더 비율이 통산 23.9%인데 지난해 부상 등의 여파로 올해 그 비율을 10.7%로 뚝 떨어뜨렸다. 대신 체인지업 비중을 16.8%로 끌어올려 변화를 꾀하고 있다. 2011시즌 이후 거의 던지지 않던 커브가 올해 3.2%로 생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슬라이더의 비중이 줄고 체인지업과 커브가 늘어나는 흐름으로 진정한 페드로 마르티네스 투구 스타일을 닮아가고 있다. 결과도 대만족이어서 올 시즌 ‘13경기 5승5패 ERA 1.97 96이닝 97탈삼진 WHIP 0.792 9이닝당 피안타 5.1개’ 등으로 생애 최고의 스타트를 끊고 있다.

이중 ‘이닝수와 WHIP, 9이닝당 피안타’는 빅리그 전체 1위에 올라있다. 2000시즌 페드로의 성적과 거의 비슷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이런 쿠에토를 류현진이 퍼펙트게임 일보직전의 완벽투로 이미 홈에서 한 차례 꺾었고 12일에는 장소를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로 옮겨 다저스-신시내티의 4연전 3차전을 치른다.

류현진의 시즌 8승 및 5경기연속 승리에 도우미 역할을 할 다저스 타자들로서는 난공불락 같은 쿠에토의 피칭 스타일부터 잘 파악하고 들어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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