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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우는 불과 8개월 전만 해도 A매치 출전 경험조차 없는 무명이었다. 소속팀도 빅클럽이라 할 수 없는 대구FC다. 이번 월드컵에서 그를 주목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조현우는 러시아 월드컵 3경기를 마친 뒤 일약 전 세계가 주목하는 골키퍼로 발돋움했다. 그야말로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다.
조현우는 이번 러시아 월드컵 3경기에 모두 선발 골키퍼로 출전해 골문을 지켰다. 3경기에서 3골을 허용했지만 그 중 2골은 페널티킥이었다. 세계적인 공격수들이 쏟아낸 강력한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조현우는 독일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직접 막아낸 슈팅만도 7개나 된다. 전반 39분 마츠 후멜스가 시도한 슈팅을 슈퍼세이브 해낸 데 이어 후반 3분 레온 고레츠카의 결정적인 헤딩 슈팅도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쳐냈다.
후반 추가시간에도 골과 다름없는 슈팅을 몸을 날려 막아내며 자신의 첫 월드컵 ‘클린시트(무실점)’를 완성했다. 경기 후 ‘맨오브매치(MOM)’는 그의 차지였다. 양국 BBC는 조현우에게 양 팀 통틀어 최고 평점인 8.86점을 줬다. 영국 축구정보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 역시 8.59점이라는 최고점을 매겼다.
조현우는 2012년 선문대를 졸업하고 이듬해 2013년 대구FC에 입단했다. 프로 첫해부터 주전 골키퍼 자리를 꿰찬 이후 6년째 K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K리그 통산 158경기에 출전해 201실점을 허용했다.
조현우의 별명은 ‘대구 데헤아’ 또는 ‘대헤아’다. 깡마른 외모와 왁스를 발라 윗머리를 세운 헤어스타일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전 골키퍼 다비드 데헤아와 닮았다고 해서 팬들이 붙인 별명이다. 데헤아와 마찬가지로 놀라운 순발력과 반사신경을 바탕으로 슈퍼세이브를 자주 만들어낸다는 공통점도 있다.
하지만 골키퍼로서 아주 큰 키(189cm)가 아닌데다 체중이 75kg에 불과하다 보니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공은 잘 잡지만 패스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약점도 거론됐다.
조현우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인 2015년 11월 처음 대표팀에 선발됐지만 계속 벤치만 지켜야 했다. 기다렸던 A매치 데뷔전은 2년이 지난 2017년 11월 14일 세르비아전에서 이뤄졌다.
월드컵 전까지 A매치 출전이 6경기에 불과했던 조현우는 신태용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최고의 무대인 러시아 월드컵에서 발군의 기량을 뽐냈다.
조현우 열풍은 해외에서도 뜨겁다. 특히 지난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골키퍼 실수로 우승을 놓쳐던 리버풀 팬들은 SNS 등을 통해 “조현우를 리버풀로 데려오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워낙 열기가 뜨겁다 보니 리버풀 한국 SNS 공식 계정에서 한국의 독일전 승리 축하글을 따로 올렸을 정도다.
미국 여자축구의 전설적인 골키퍼인 호프 솔로도 자신의 SNS에 조현우의 활약 사진과 함께 “한국과 조현우의 감명 깊은 경기에 큰 존경을 보내며 오늘 눈물을 흘렸다”며 “내가 왜 축구를 사랑하는지를 떠올리게 해줘 고맙다‘는 글을 올렸다.
독일전 MOM에 선정된 뒤 조현우는 ”선수와 감독님 모두 국민을 위해 하나가 돼 경기했다. 김승규, 김진현 선수가 경기에 나왔더라도 저 못지않게 잘 막았을 것“이라면서 ”다른 생각 하지 않고 기회가 생기면 더 발전된 모습으로 찾아뵙겠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