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용 없는 삼성화재 배구, 재도약과 몰락의 갈림길

  • 등록 2015-05-19 오후 2:53:53

    수정 2015-05-19 오후 2:54:18

20년 만에 삼성화재 사령탑에서 내려온 신치용 감독. 사진=삼성화재 배구단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제갈공명’ 신치용(60) 삼성화재 감독이 20년 만에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신 감독은 6월 1일부터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산하에서 삼성화재 배구단 단장 겸 스포츠구단 운영담당 임원(부사장)으로 자리하게 된다. 신 감독이 떠난 삼성화재 사령탑은 임도헌(43) 코치가 맡게 된다.

삼성화재는 1995년 창단 이후 한국 남자배구의 정상을 놓치지 않았다. 프로배구 출범 후 8번이나 우승했다. 실업리그 시절을 포함하면 16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1997년 슈퍼리그부터 2014~2015 V리그까지 19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는 대업을 이뤘다.

삼성화재 없는 한국 남자배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더불어 신치용 없는 삼성화재 배구도 상상할 수 없다. 그런데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결국 현실로 다가왔다.

삼성화재는 늘 최고를 지켜왔다. 그렇다고 선수 구성 자체가 최고였던 것은 아니다. 창단 초창기에는 김세진, 신진식, 석진욱, 김상우, 최태웅 등 초호화멤버를 구축해 배구판을 장악했다. “스타선수들 덕에 우승한다”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하나둘씩 은퇴했고 상대적으로 전력보강은 쉽지 않았다. 신인드래프트에서 좋은 자원을 영입하지 못했고 FA 자격을 얻어 다른 팀으로 떠난 선수도 있었다. 세대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최근 몇 년 동안 팀전력이 계속 빨간 불이었다. 그래도 삼성화재는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그 원동력은 신 감독의 지도력이었다. ‘삼성화재 배구는 곧 신치용 배구’였다.

변화는 찾아왔다. 이제 삼성화재는 신치용 없는 배구를 준비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고도 챔피언결정전에서 ‘2년 차 막내’ OK저축은행에게 충격적인 3연패를 당했다. 3경기 동안 단 한 세트를 얻는데 그쳤다. 늘 고공 행진을 달렸던 구단 역사상 가장 비참한 패배였다.

삼성화재의 미래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대부분은 신 감독이 없는 삼성화재가 과연 예전과 같은 영광을 누리기 어려울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지난 챔피언결정전에서 삼성화재가 자랑하는 조직력 배구는 금이 가는 모습을 보였다. 기본적인 역량과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올라가는데 한계가 분명히 있었다.

게다가 다음 시즌 삼성화재의 전력은 더욱 어려워진다. 주전센터인 지태환과 백업세터 겸 라이트 공격수 황동일이 입대로 팀을 떠난다.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FA시장으로 선수 영입을 노렸지만,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트레이드 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신인드래프트에서 좋은 선수를 뽑기도 사실상 어렵다.

그런 가운데 팀의 정신적 지주인 신 감독마저 지휘봉을 내려놓게 되면서 삼성화재는 창단 후 최악의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반대의 시선도 만만치 않다. 새로 지휘봉을 이어받은 임도헌 신임감독은 지난 2006년부터 삼성화재 코치로 일해왔다. 무려 10년간 신 감독을 보좌했다. 신치용 감독과 삼성화재 배구가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지도자다. 삼성화재를 계속 우승후보로 이끌 최적의 인물이라는 평가다.

신치용 감독도 “임 감독은 코치로 나와 10년 동안 함께 지낸 사람이다. 누구보다 내가 임 감독에 대해 잘 안다. 잘해낼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임도헌 신임 감독은 “팀이 오랜만에 디펜딩챔피언이 아닌, 도전자의 입장으로 돌아왔다”라며 “팀이 어려울 때마다 선수들이 항상 똘똘 뭉쳐 이겨냈다. 부족한 부분은 지옥훈련을 통해 이겨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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