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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번홀(파4). 모리야 쭈타누깐(태국)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3타 차 선두였지만 보기를 하면 2홀을 남기고 2타 차로 쫓기는 상황이 됐다. 약 2m 거리에서 친 쭈타누깐의 파 퍼트가 홀 쪽으로 굴러갔지만, 왼쪽으로 스치듯 지나갔다. 보기를 적어내 마지막 2홀을 남기고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추격하던 고진영은 침착하게 파 퍼트를 성공시켜 쭈타누간을 압박했다.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윌셔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휴젤-JTBC LA오픈(총상금 150만 달러)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펼쳐진 우승 경쟁은 한국과 태국의 싸움이었다. 쭈타누깐이 앞서갔고, 나란히 시즌 2승을 노리는 고진영(23)과 박인비(30)의 추격전 양상으로 흘렀다.
16번홀까지 2타 차 선두로 나선 쭈타누깐에게 남은 2홀은 기회가 아닌 위기였다. 2013년 데뷔해 그해 신인상을 받았지만, 5시즌 동안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만큼 우승이 간절했다.
17번홀(파4)은 이 골프장에서 가장 까다로운 홀 중 하나다. 우승을 앞둔 쭈타누깐에겐 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쭈타누깐의 티샷은 페어웨이를 맞고 왼쪽 러프 지역에 멈췄다. 남은 거리는 167야드. 그린 왼쪽의 해저드 구역을 피해 오른쪽을 겨냥한 두 번째 샷을 했다. 그린에 올라가지 못했지만, 큰 실수는 피했다. 타수를 줄이겠다는 공격적인 경기가 아닌 방어를 위한 안전한 선택이었다. 쭈타누깐은 예상대로 파 퍼트 성공시키며 가장 큰 위기를 넘겼다.
쭈타누깐의 부담을 덜어준 건 고진영이다. 1m가 조금 넘는 버디 퍼트를 놓치면서 쭈타누깐은 2퍼트를 해도 우승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박인비가 먼저 버디를 성공시켜 고진영과 공동 2위를 확정했고, 쭈타누깐은 파로 막아 2타 차 우승을 확정했다. 6년 동안 지독하게 따라다녔던 첫 우승의 압박을 150개 대회(LPGA 데뷔 이전 6개 대회 출전 제외) 만에 극복했다.
쭈타누깐의 우승에 누구보다 기뻐한 건 동생 에리야 쭈타누깐이었다. 언니를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감격을 함께 나눴다. 이날 언니 모리야 쭈타누깐의 우승으로 LPGA 투어에선 18년 만에 자매골퍼 우승이라는 진기록이 나왔다. 2000년 안니카 소렌스탐(웰치스 서클K챔피언십)과 동생 샬롯타 소렌스탐(스탠다드 레지스터핑)이 일주일 간격으로 우승한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