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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cm의 장신인 하경민은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 남자배구를 대표하는 최고 센터로 군림해왔다. 2006 세계남자배구선수권대회와 도하 아시안게임, 2011년 월드리그, 2013년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 등 국가대표로 명성을 떨쳤다. 2005년 현대캐피탈에 입단해 한국전력, 대한항공을 거쳐 지난 시즌 한국전력의 핵심 주전으로 활약했다.
그런데 탄탄대로를 걷던 하경민에게 갑작스레 큰 시련이 찾아왔다. 이름도 낯선 ‘마르판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이 찾아온 것.
마르판증후군은 일종의 유전질환으로 뼈·근육·심장·심혈 등의 이상 발육을 유발하는 질병이다. 1970, 80년대 최고의 거포로 이름을 날렸던 강두태가 33살의 젊은 나이에 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전 농구선수 한기범이 이 병으로 사투를 벌인 바 있다.
지난해에는 216cm의 미국 대학농구 스타인 아이재아 오스틴이 마르판증후군으로 선수생활을 접어야만 했다, 유난히 큰 키로 유명했던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 역시 마르판증후군 환자였다.
마르판증후군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심장마비다. 이 질환으로 사망한 환자 대부분은 대동맥 벽을 유지해주는 섬유가 약해 혈관 파열에 희생됐다
그렇지만 선수로 예전처럼 뛸 수 있을지에 대해선 진한 물음표가 뒤따랐다. 수술 후 코트에 돌아오기 위해 재활에 몰두했다. 하지만 결국 본인의 뜻과는 달리 지난 7월 공시된 은퇴선수 명단에 포함됐다.
하경민은 현역 선수 생활을 포기할 수 없었다. 다행히 2012~2013시즌 임대선수로 한 시즌 몸담았던 대한항공의 김종민 감독이 그에게 손을 건넸다. 대한항공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코트 복귀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료진 판단을 듣고 결정을 내렸다.
하경민은 수술 이후 꾸준히 약을 먹고 체력훈련을 하면서 몸을 다시 만들었다. 당분간 출전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딛고 시즌 초반부터 당당히 선수로서 코트를 누비고 있다.
하경민은 “몸 상태가 좋든 나쁘든 게임에 들어가면 내 몫을 하려고 노력한다”며 “점프는 어느 정도 올라온 것 같은데 움직임이 아직 처지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몸이 빠르게 올라온 게 사실이다”고 밝혔다.
이어 “수술을 받은 뒤에도 선수생활을 접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지금도 현역 선수로 건강하게 뛰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수많은 경기와 대회를 치렀던 베테랑이지만 최근 들어선 훨씬 마음이 편해졌다고 밝힌 하경민은 당당히 선수로서 우승을 이루고 싶다는 희망을 전했다.
“그냥 건강한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하게 코트에 서 있는 게 목표다”고 강조한 하경민. 그는 “우승 축포가 터질 때 내가 코트에 서 있는 게 목표다. 단순히 그 자리에 서 있는 게 아니라 코칭스태프, 동료 선수들, 팬들이 충분히 활약했다고 느끼도록 하고 싶다”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