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졸한 中, 한국서 열리는 골프 대회만 취소

한·중투어 인비테이셔널
6월 공동개최 KPGA 연기
선수·갤러리 체류비 쏠쏠한
자국 대회는 그대로 진행해
단물만 쏙 빼먹는 '횡포'
  • 등록 2017-03-22 오후 5:57:24

    수정 2017-03-22 오후 6:05:47

15일 항공기에서 바라본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장소인 경북 초전면 롯데스카이힐성주CC(성주골프장) 모습. 사드 배치를 앞두고 기반 작업 등 초기공사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조희찬 기자]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아쉽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관계자는 22일 이데일리와 전화 통화에서 한숨을 푹푹 쉬었다. 중국이 갑작스레 공문을 통해 오는 6월 중순 열릴 예정이던 한·중투어 KEB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의 개최 연기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한국에서 열리는 공동 주관 또는 주최 대회만 골라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그들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불만에 대한 치졸한 보복이 스포츠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KPGA 관계자는 “중국 측에서 보내온 공문에는 사드가 언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래도 (대회가 취소된 이유에 사드가) 영향이 없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회는 2018년 6월께 한국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잠정 결정됐다. 그러나 올해 대회가 취소되면서 생기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투어와 기업이 떠안게 됐다.

하지만 중국에서 열리는 공동 주관 대회는 그대로 진행한다. 19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도 예정대로 진행됐다. 수 백, 많게는 수 천명의 한국 선수, 가족, 관계자들이 중국에서 거액의 체류 비용을 쓰는 걸 굳이 막을 필요가 없어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대회에 한 번 참가하려면 선수 한 명당 숙박, 식비, 비자 발급비 등으로만 400만원에 가까운 돈을 쓴다. 단물만 ‘쏙’ 빼먹는 꼴이다. 취소된 KEB 하나은행 대회은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격년제로 열릴 예정이었다. 만약 올해 대회가 중국이었다면, 이 대회는 예정대로 진행됐을지도 모른다.

중국 측은 KPGA에 “중국 내 중계 문제 등 양국 공동 인증대회를 치르기에는 현안이 많고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댔다.

그러나 이 대회는 양 측이 지난해 중순부터 개최를 추진해왔다. 2010년까지 문제 없이 열렸던 대회다. 중국골프협회(CGA)는 남자골프 뿐만 아니라 여자 골프 대회 등 한국과 꾸준히 일해온 이력도 있다.아울러 한국은 중국과 달리 우승자를 제대로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실력 있는 중계진까지 갖췄다.

결국 KPGA 투어는 올해 스폰서를 적극 유치하며 19개 대회 총상금 138억원의 역대 최대 규모 시즌을 앞두고 있었지만, 중국이 시작하기도 전에 찬물을 끼얹었다.

중국의 횡포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주 중국 하이난 하이커우에서 마친 월드레이디스챔피언십에선 롯데 소속인 우승자 김해림(28)의 로고가 영상에 나오지 않도록 편집했다.

제2회 한-중-일 남자 클럽 국제배구대회도 현재 사드 이슈 때문에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이 대회는 다음달 22일부터 24일까지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일본 측이 자국에서 열리는 천황컵 대회에 집중하겠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고 한국과 중국 남자 리그 각각 상위 2팀이 참가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그러나 중국 측마저 참가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어 관계자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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