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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시작 후 스트레스가 많았던 시간이었다. 전광판에 찍히는 1할대 타율, 숫자를 볼 때마다 걱정이 앞섰다. 캠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나 싶기도 했다.
주변에서 김현수가 “이제 몇 게임 했다고 그러냐” 등 마음 가볍게 가지라며 조언을 했지만 정작 정수빈에겐 그런 위안이 맘 속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144경기에서 144가지의 타격폼이 나온다는 민병헌의 말대로 고민이 참 많았던 정수빈이다. 잘 맞지 않을 때마다 폼을 바꿔보며 어떻게든 벗어나보려 했다.
물론 그동안 정수빈이 늘 잘쳐온 타자는 아니다. 부진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와 이번은 느낌이 달랐다. 그가 유독 속이 탄 이유다
그런 그가 부진 탈출의 계기를 만든 건 주말 롯데전이었다. 그의 밝은 미소도 살아났다. 12일 경기부터 5경기서 11안타를 몰아쳤다. 17일 잠실 롯데전에선 올시즌 최다인 한 경기 4안타를 만들어냈다. 18일 끝내기 승리를 거둔 경기서도 2안타를 때려냈다. 9회말 빠른 발을 이용한 내야안타는 정수빈의 진가를 보여주기 충분한 장면이었다. 타율도 2할8푼6리까지 올랐다.
그 생각을 한 후부터 일이 잘 풀렸다. 정수빈은 “탈출구를 찾았다”며 반색했다. 아홉번 죽을 뻔하다 한 번 살아난다는 의미의 “구사일생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옆에서 그런 정수빈을 위해 민병헌이 “이제 시즌 시작이다. 작년과 비슷한 128경기나 남았다”며 다독인다. 정수빈도 “이제 막 개막전을 시작했다는 느낌으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수빈의 맹타와 함께 두산도 4연승을 달렸다. 정수빈의 부활은 1번 타자 민병헌, 3번 타자 김현수의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희소식이다. 두산이 대량득점할 가능성이 많다는 의미다. 정수빈의 초반 부진 탈출이 두산의 상승세에 더 큰 힘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