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 '슈퍼볼'이 다가온다

  • 등록 2016-02-05 오후 2:54:33

    수정 2016-02-05 오후 2:54:33

50번째 슈퍼볼이 열릴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의 리바이스 스타디움.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미국인들이 가장 열광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영화 ‘스타워즈’, 또 하나는 바로 ‘슈퍼볼(Super Bowl)’이다. 슈퍼볼은 북미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이다. 역사가 짧은 미국인들에게 스타워즈가 ‘신화’라면 슈퍼볼은 ‘축제’다.

미국인들은 슈퍼볼이 열리는 일요일을 ‘슈퍼선데이’라고 부른다. 단지 미식축구 한 경기일 뿐이지만 모든 미국인들이 TV 앞에 모인다. 평소 미식축구를 보지 않는 사람들도 그날만큼은 ‘미식축구 덕후’가 된다.

미국에서 슈퍼볼의 인기가 유독 높은 이유는 그들의 역사와 삶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미식축구는 기본적으로 상대팀 땅을 빼앗아야 이기는 경기다. 마치 서부 개척시대의 척박하면서 치열했던 삶을 떠올리게 한다. 단판 승부로 승패가 가려지는 ‘쫄깃함’도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이유다.

미식축구 결승전을 슈퍼볼이라 부르게 된 이유는 따로 있다. 1964년 노먼 스팅리가 개발한 작은 고무공이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출시 첫해에만 600만 개가 넘게 팔렸다. 그 공의 이름이 바로 ‘슈퍼볼(Super ball)’이었다.

당시 미식축구는 두 개의 리그가 별도로 열렸다. 두 리그를 통합하고 진정한 우승팀을 가리는 결승전이 필요했다. 결승전 이름을 고민하던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구단주 라마 헌트는 아들이 슈퍼볼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고 무릎을 쳤다. 그리고 ‘Ball’을 비슷한 발음의 ‘Bowl’로 바꿔 경기 이름을 제안했다.

작은 고무공 이름이었던 슈퍼볼은 이제 단일 경기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가장 비싼 스포츠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1967년 LA 메모리얼 콜리세움에서 캔자스시티 치프스와 그린베이 패커스가 맞붙은 슈퍼볼 1회 대회를 시작으로 어느덧 50년이 지났다.

50번째 슈퍼볼은 오는 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라라의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우승 트로피인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놓고 ‘전통의 명문’ 덴버 브롱코스와 ‘신흥 강호’ 캐롤라이나 팬더스 간 단판 승부를 벌인다.

전세계적인 경기 불황도 슈퍼볼은 예외다. 슈퍼볼은 경기도 경기지만 엄청난 돈잔치로 유명하다.

온라인 티켓 전문 사이트 시트긱(SeatGeek)에 따르면 이번 슈퍼볼 50의 입장권 평균가격은 무려 4957달러(약 603만원)에 이른다. 세기의 대결’로 주목받았던 지난해 5월 메이웨더 주니어(39·미국)와 매니 파키아오(38·필리핀)의 복싱 경기 입장권 평균가격 4672달러(568만원) 보다도 높다.

경기장과 가까운 50야드 인근 좌석에 앉기 위해선 무려 2만500달러(2495만 원)를 써야 한다. 혹시라도 경기장 내부 최고 스위트룸을 빌리려면 50만 달러(6억850만원)를 내야 한다.

미국소매협회(NRF)는 지난해 슈퍼볼의 경제효과가 143억 달러(약 15조원)라고 발표했다. 2014년 123억 달러보다 16% 늘어난 수치다. 올해는 이보다 더 늘어나 17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슈퍼볼 광고 단가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미국에서만 1억명 이상, 전 세계 200여개국의 10억명이 시청하는 만큼 방송사들은 슈퍼볼 중계권을 따내기 경쟁은 엄청나다.

슈퍼볼 중계는 올해 제50회 슈퍼볼 메인 중계방송은 지상파 방송사 CBS가 맡았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미식축구 중계권료로만 지불하는 액수는 연평균 50억 달러(약 6조850억원). 엄청난 돈을 들여서라도 중계권을 따내려고 하는 이유는 막대한 광고 수익 때문이다.

올해 슈퍼볼의 TV 중계 광고단가는 30초당 최고 500만 달러(60억8000만원)에 이른다. 초당 금액으로 환산하면 2억원이 넘는다. 지난해 450만 달러(약 54억7000만원)보다도 50만 달러나 오른 금액이다. 최근 10년 새 슈퍼볼 광고단가는 무려 75%나 뛰었다.

그럼에도 전 세계 다국적 기업들은 슈퍼볼 광고를 따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광고 판매는 이미 몇 달 전에 끝났다.

한국 기업들도 슈퍼볼 광고의 단골손님이다. 2008년부터 슈퍼볼 광고를 해온 현대기아차는 올해도 광고 4편을 내걸 예정이다. LG전자는 아예 세계적인 영화감독 리들리 스콧에게 광고 연출을 맡겼다. 유명배우 리암 니슨이 모델로 나선다.

기업들이 이처럼 슈퍼볼 광고에 목을 매는 이유는 간단하다.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올해 슈퍼볼 예상 시청자는 1억1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슈퍼볼을 더 생생히 즐기려고 판매되는 대형 TV 수상기가 950만대나 된다는 통계도 있다.

미국 닭고기협회(NCC)는 슈퍼볼 당일 ‘버펄로윙’(닭날개) 판매량이 13억 개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1년 전보다 3% 늘어난 숫자다. 미국인 1인당 4개씩 먹는다는 의미다.

지난해에는 피자 400만개, 맥주 3억3000만 갤런(약 12억5000리터) 감자칩 1120만 파운드(5080톤), 팝콘 380만 파운드(1723톤)이 팔린 것으로 추산됐다. 슈퍼볼 다음 날 음주 때문에 병가를 내는 직장인이 150만 명이나 된다는 웃지 못할 통계도 있다.

일부에선 슈퍼볼의 광고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슈퍼볼 광고의 80%는 구매 증대, 브랜드 인지도 상승 등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한 바 있다.

테러 방지 등 개최 비용이 워낙 많이 들다 보니 슈퍼볼이 열리는 지역은 빚더미에 앉는다는 이른바 ‘슈퍼볼 저주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어린아이가 슈퍼볼50 로고가 그려진 잔디 위에서 뛰어놀고 있다. 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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