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3:2' 대역전승 이끈 양효진 "챔프전 뛰는 것만도 너무 좋아요"

  • 등록 2024-03-28 오후 10:31:38

    수정 2024-03-28 오후 10:33:42

현대건설 양효진이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득점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현대건설 양효진. 사진=KOVO
[수원=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이렇게도 안풀리나 처음에는 걱정 많이 했죠”

프로배구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대역전승을 거둔 현대건설 양효진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3시간 30분에 이르는 대혈전을 치렀지만 지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가장 좋은 피로회복제는 역시 승리였다.

현대건설은 28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흥국생명을 세트스코어 3-2로 눌렀다. 1, 2세트를 먼저 내줘 패색이 짙었지만 이후 내리 3, 4, 5세트를 내리 따내 기적같은 역전승을 완성했다.

역전드라마 주역은 팀의 기둥 양효진이었다. 양효진은 이날 16득점을 책임지면서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최다 득점은 37득점을 올린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였지만 실질적인 팀 공헌도는 양효진도 못지 않았다.

양효진은 이날 블로킹을 5개나 잡아내는 등 네트 앞을 든든히 지켰다. 유효블로킹은 양 팀 최다인 8개를 기록했다. 양효진이 스파이크를 효과적으로 막아준 덕분에 현대건설은 반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사실 양효진은 정규시즌 6라운드부터 목디스크 때문에 제 컨디션이 아니다. 팀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투혼을 발휘해 챔프전을 치르고 있다. 양효진은 “일주일 가까이 쉬면서 아예 운동을 하지 않았다. 휴식을 취한 덕분에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1, 2세트를 맥없이 내줄 때만 해도 현대건설에게 1차전 승리 희망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양효진도 초반에는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걱정했다.

“더 높이 뛰고, 더 빠르게 움직였으면 좋겠다는 마음 뿐이었다. 서로 눈빛을 보면서 이렇게까지 안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양효진은 털어놓았다.

오히려 승리 부담을 덜어내고 ‘져도 좋다’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한 것이 반전을 이끌었다. 양효진은 “2세트가 끝나고 이기고 싶다는 마음을 뺐다”며 “힘을 빼고 ‘그냥 해보자’, ‘조금이라도 나가보자’라는 마음으로 하다보니 서브도 잘 되고 여러 방면에서 좋아진 것 같다”고 밝혔다.

“경기 내내 상대를 신경쓸 틈이 없었고 내 컨디션을 찾는데만 신경썼다”는 양효진은 ‘절친 언니’ 김연경과 맞대결에 쏠리는 관심에도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양효진은 “우리 팀은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다 잘해왔다”며 “팀으로 싸우는거지 굳이 내가 부담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언니(김연경)랑 맞대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신 양효진은 우승에 대한 간절함을 숨기지 않았다. 현대건설은 2015~16시즌 우승 이후 8시즌 만에 통산 세 번째 챔피언결정전 정상을 노린다. 2019~20시즌과 2021~22시즌은 코로나19 여파로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고도 챔프전 우승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양효진은 “오랜만에 챔프전 경기를 해서 너무 좋다. 챔프전에 오른 것 자체가 너무 좋다”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해 너무 좋고 챔프전 우승 가능성이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다”고 말한 뒤 환하게 웃었다.

이어 “어릴 적에는 우승도 몇 번 했는데 최근에는 우승할 타이밍에 하지 못하다보니 챔프전을 한 번이라도 즐겨보자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면서 “그런데 챔프전을 즐기려면 지금보다는 더 잘해야 할 것 같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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