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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으로 일요일이었던 23일 오후 5시15분께 미국 위스콘신주 인구 10만의 소도시 커노샤의 주택가에서 흑인 남성 제이콥 블레이크(29)가 경찰의 총에 맞아 쓰러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을 보면 경찰은 자신의 SUV 차량 운전석으로 들어가던 블레이크를 쫓아간 뒤 7발의 총을 쐈다. 당시 블레이크의 3살, 5살, 8살 된 아들이 아빠가 총에 맞는 모습을 차량 뒷좌석에서 직접 지켜봤다.
석 달 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이어 비무장 흑인이 다시 경찰 총격을 받고 쓰러지는 일이 벌어지자 미국에선 다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불붙었다. 당국은 주방위군 200여명을 투입해 수습에 나섰지만 분노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프로스포츠 보이콧은 사건이 일어난 커노샤와 같은 위스콘신주에 있는 밀워키 연고팀 선수들로부터 시작됐다.
미국프로농구(NBA) 밀워키 벅스 선수들은 2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올랜도 매직과 NBA 플레이오프 1라운드 5차전을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체육관 라커룸에 머물러 있던 밀워키 선수들은 경기 시작 전까지 코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몸을 풀던 상대 팀 올랜도 선수들도 경기 시작 약 4분을 앞두고 코트를 떠났다. 경기 시작 시간이 됐지만 코트에 남은 사람은 심판 4명뿐이었다.
밀워키 선수들은 경기 전날 경기 보이콧을 논의했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밀워키 구단은 공식 성명을 통해 “선수들이 내린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구단은 선수들의 결정을 미리 알지 못했지만 미리 알았더라도 무조건 동의했을 것이다”고 밝혔다.
올랜도 구단 역시 “인종 차별 및 유색 인종에 대한 경찰의 부당한 폭력 사용을 규탄한다”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NBA 사무국은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밀워키-올랜도, 휴스턴-오클라호마시티, LA 레이커스-포틀랜드의 경기가 연기한다고 공식발표했다.
NBA 선수들의 플레이오프 보이콧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심지어 LA 레이커스와 LA 클리퍼스는 남은 플레이오프 일정 전체를 거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NBA는 코로나19 여파로 3월 중단됐다가 7월 31일 모든 팀이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모여 간신히 재개됐고 현재 플레이오프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NBA 플레이오프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도 마찬가지다. 밀워키 브루어스와 시애틀 매리너스 선수단은 비무장 흑인 피격 사건에 항의하는 의미로 정규리그 경기를 거부했다.
밀워키 마무리투수 조시 헤이더는 “지금은 침묵할 때가 아니라 우리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며 “스포츠보다 중요한 게 있다”고 강조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흑인 선수가 가장 많은 시애틀 매리너스를 비롯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LA 다저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도 경기를 보이콧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외야수 덱스터 파울러와 선발투수 잭 플래허티는 인종 차별에 항의하고자 자발적으로 경기 출장을 거부했다. 제이슨 헤이워드(시카고 컵스), 맷 켐프(콜로라도 로키스) 등도 마찬가지였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많은 선수가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며 오늘 경기를 치르지 않기로 했고, 사무국은 이를 지지한다”며 “메이저리그는 인종 차별과 모든 불평등에 대항해 싸울 것이다”고 성명을 냈다.
NBA와 메이저리그 외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3경기도 선수들의 보이콧으로 연기됐다. 미국프로축구(MLS)도 선수들이 불참을 결정해 이날 예정된 5경기를 치르지 않기로 했다. 각 구단은 공식 SNS 등을 통해 “선수들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웨스턴&서던 오픈에서는 4강에 오른 오사카 나오미(10위·일본)도 이같은 움직임에 동참해 기권을 선택했다. 아이티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사카는 SNS에 “나는 운동선수이기 전에 흑인 여성이다”고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