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7일 발표한 ‘2023년 한국 영화 성인지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개봉한 고예산(순제작비 30억원 이상) 한국 상업영화 35편을 연출한 감독들 중 여성은 ‘교섭’의 임순례 감독 1명(2.7%)뿐이었다.
영진위는 2017년부터 매년 한국 영화산업의 성평등 현황을 조사해 성인지 결산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상업영화의 여성 감독 비율은 최저치였다.
여성 제작자(22명·23.9%), 프로듀서(13명·23.6%), 주연배우(9명·25.7%), 각본가(12명·21.8%)도 모두 30%에 못 미쳤으며, 촬영감독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저예산 상업영화와 독립·예술영화를 포함한 한국 영화 183편으로 대상을 확대하니 여성 감독이 49명(22.8%)으로 비율이 높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30%에도 못 미치는 현실이다.
한국 영화를 이끌어가는 핵심 인력의 여성 비율이 저조한 현실은 한국 영화가 남성 중심적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영진위는 “여성 인력은 저예산 및 독립·예술영화에서 상대적으로 활발한 참여를 보였지만, 상업영화로의 진출은 여전히 가로막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공개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오리지널 영화 7편 중에서도 여성 감독과 촬영감독은 한 명도 없었다. 각본가도 1명(16.7%)에 그쳤다.
다만 여성 제작자(4명·50.0%), 프로듀서(3명·37.5%), 주연배우(5명·83.3%)는 상대적으로 비율이 높았다.
영진위는 이에 대해 OTT 영화는 아직 표본이 적어 일반화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영진위는 “OTT 오리지널 영화에서 보인 여성 주연의 활약이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영화계에서 과감한 실험을 시도하는 경향이 위축돼 여성 인력에 돌아갈 기회가 더 줄어들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영진위는 “한국 영화 창작 인력과 서사의 성별 균형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퇴보하는 조짐을 보인다”며 “영화계의 전반적인 투자가 축소되고 제작이 위축되고 있어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