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냄새 맡은 SK, 움직임이 달라졌다

  • 등록 2015-08-05 오전 11:49:56

    수정 2015-08-05 오전 11:49:56

사진=SK와이번스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가을 냄새를 맡은 걸까. SK 선수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5강 싸움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4일 인천 한화전. SK에게는 중요한 고비에서 만난 상대였다. KIA와 함께 5강 싸움을 하고 있는 팀이라는 점에서 그랬다.

어차피 한화전도 1경기일 뿐이지만 맞대결에서 승리하는 것이 승차를 좁히거나 늘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여기에 경쟁팀을 상대로 한 승리의 경우라면 선수단의 사기 진작 효과까지 있다. 맞대결을 앞둔 SK와 한화 벤치 모두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됐던 이유다.

결과적으로 SK는 4일 경기서 승리를 거두고 5위 자리를 열흘만에 되찾았다. 결과도 결과지만 과정이 더 의미있다. 가을 DNA를 갖고 있다는 SK 선수들이 가을 냄새를 맡아서인지 움직임이 조금은 더 달라졌기 때문이다.7회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중심타자 최정의 자진 번트가 그랬다. 3-1로 SK 리드. 한화도 윤규진을 투입해 위기를 막아보려했다. 한 방이면 승부는 뒤집힐 수 있는 상황. 그리고 3번 타자이자 간판 타자 최정이 나섰다. 모두들 그의 방망이에서 터지는 시원한 한 방을 기대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최정은 초구부터 번트를 댔다. 벤치의 작전과는 달랐다. 경기 후 만난 최정은 “1점이 절실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기습번트 후 1루에서 아웃 판정이 나자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지었던 것도 1루에서 세이프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최정은 “발이 생각보다 빨리 따라가주지 못했다”며 잔뜩 아쉬워했다.

최정의 희생번트는 올시즌 처음 있는 일이었고 지난 해도 LG전에서 기록한 번트 한 개가 전부였다.

이 상황을 두고 김용희 SK 감독은 “공격을 하다가 안될 경우엔 번트로 가자 싶었는데, 정이가 초구부터 번트를 잘 대줬다. 그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면서 “선수들 모두 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지능적 플레이를 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밤.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더 나왔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선수들은 라커룸으로 돌아가는 길목 한켠에 마련된 TV를 옹기종기 모여 시청 중이었다. 넥센과 KIA의 경기였다. 넥센은 SK보다 높은 순위에 자리잡고 있는 팀이고 KIA역시 SK와 승차가 같던 팀이었다. 부랴부랴 퇴근 준비를 하기는 커녕 땀 범벅인 채로 서서 KIA의 경기 결과를 체크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순위권 싸움이 치열한 시즌 막판에나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들은 이미 하나로 똘똘 뭉쳐있었다. 분명한 목표가 있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또 한 가지. 경기 후 김강민은 자진해서 야간 특타를 하러 갔다. 며칠 전부터 계속 해오던 훈련이었다고 했다. 김강민은 배트 하나를 들고 코치와 함께 스스로 야간 특타를 자청했다. 타격감이 워낙 안좋다는 생각에서였다. 이 역시 누가 시킨 것이 아닌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선수들은 지금 5강에 만족하지 않는다. 우승 전력이라는 시즌 전 주변의 평가를 그들은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왜 우리 팀이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 속에서 선수들은 “다 나 때문이다”는 자책이 담겨 있다.

이날 경기 승리 투수가 된 윤희상은 이런 말을 했다. “나 때문에 지금 팀이 5위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3~4승만 더 했어도 지금 팀이 이렇진 않았을 것이다.” 윤희상은 물론 최정의 희생번트, 김강민의 야간 특타 모두엔 스스로 부족했고 팀에 미안하다는 마음이 잔뜩 담겨있는 듯 했다. 가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그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보다 더 열심히 움직이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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