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승부조작, 구단-KBO가 먼저 책임져야"

  • 등록 2016-07-28 오후 5:06:33

    수정 2016-07-28 오후 5:17:52

승부조작 사실을 자수한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좌완 투수 유창식(24)이 25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마치고 나온 후 고개를 숙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최근 프로야구 승부조작 파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프로야구 중단 및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사퇴 등의 강력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스포츠문화연구소와 체육시민연대가 공동 주최한 프로야구 승부조작 끝장토론이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최동호 스포츠평론가가 사회를 맡고 정희준 동아대 교수, 홍덕기 노던 아이오와대 조교수, 박지훈 변호사, 박동희 야구전문기자 등이 패널로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패널들은 “승부조작에 관여한 선수는 물론 KBO, 구단 등 관계자들까지 책임을 지도록 해야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정희준 동아대 교수는 “매번 강력하게 응징하겠다면서 선수들을 내쫓는다. 하지만 정작 구단과 KBO는 책임을 회피한다. 2011년에 문제가 됐을 때도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선수만 희생시키는 강력한 대처는 절대 용납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올해 초 소속선수가 야구도박에 베팅한 사실이 밝혀진 뒤 구단주, 회장 등이 모두 사임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무도 책임을 안 진다”라며 “구단과 KBO의 사과는 물론 KBO 총재와 사무총장 등 책임자의 퇴진이 선결돼야 진정성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지훈 변호사도 “지도부가 책임지지 않는 문화가 가장 큰 문제다”라며 “지금 KBO와 구단은 야구 열기가 꺼지는 것, 판 자체가 깨지는 것만 걱정한다. 지금도 늦었다. 지도부가 자진해서 총사퇴하지 않으면 사건은 해결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덕기 노던 아이오와대 교수는 승부조작이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한국 스포츠계 특유의 ‘섬문화’를 이유로 꼽았다.

그는 “운동선수가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 학교 운동부에 들어오면 섬문화에 둘러싸이게 된다. 상명하복식의 군대문화, 일등 지상주의, 지도자들로부터 제대로 된 스포츠 가치를 배우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희준 교수는 프로 스포츠선수들이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경험하지 못하고 자라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운동 선수들은 합숙소에서 검투사 기르듯이 길러진다. 그러다 대학, 프로에 와서 처음 사회생활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 1~2년에 브로커가 접근하면 쉽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며 “돈 문제만이 아니라 선수들의 인성이나 사회성, 판단력이 떨어지는 것 자체가 문제다”고 덧붙였다.

박지훈 변호사는 승부조작 사건에 얽힌 당사자에게 사기죄까지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지금은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돼 있다. 지금보다 상위법을 적용해 강력한 응징을 해야 한다. 사기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본다. 입장료를 낸 관중, 중계권료를 지불한 방송사, 중계방송을 보는 팬들도 사기죄의 피해자다”고 밝혔다.

홍덕기 교수는 “메이저리그의 경우 과거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얽힌 사건(블랙삭스 스캔들) 당시 선수뿐만 아니라 관계자들도 영구 제명했다”며 “KBO, 문체부, 구단 등 범위를 넓게 책임소재와 처벌을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도 “사건 사고는 벌어질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어떻게 대응하느냐다”며 “선수들은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시켜야 한다. 뿐만 아니라 리그 중단, KBO 총재와 사무총재의 사퇴, 소속 구단의 다음 시즌 승점 감점 등의 징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꼬리자르기 대응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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