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장미란 "내 꿈은 IOC 위원"

  • 등록 2013-01-10 오후 3:58:30

    수정 2013-01-10 오후 3:58:30

장미란. 사진=권욱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흐르는 눈물은 멈출 수 없었다. ‘바벨의 여왕’ 장미란이 15년 정든 바벨과 이별했다.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장미란은 10일 경기도 고양시청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기자회견장에 오르자마자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장미란은 “다른 선수들 은퇴하는 걸 보면 울지 말고 쿨하게 은퇴를 해야겠구나 생각을 했다. 막상 이 자리에 앉게 되니까 눈물이 난다”라고 입을 열었다.

은퇴 선언문을 읽는 내내 연신 눈물을 훔쳤다. 그는 은퇴 배경에 대해 “런던올림픽, 전국체전 이후 은퇴 고민을 했다. 3개월 정도 고민을 했고 심사숙고를 했다.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면 되는지, 과연 몸도 최선을 다할 수 있을지 질문을 했을 때 사실 자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러면 이제 끝인가 하는 괴로움도 있었지만 다시 생각을 해보니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라는 희망을 품게 됐다. 앞으로의 시간이 큰 기대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장미란의 부모님이 지켜 본 가운데 열린 이번 기자회견에선 최성 고양시장이 장미란에게 꽃다발을 전달, 새 출발을 격려했다. 장미란은 앞으로 학업과 함께 비인기 종목을 지원하는 재단 업무에 전념을 할 예정이다.

그는 “용인대 박사 공부와 장미란 재단 사회공헌활동, IOC 선수위원 도전을 생각하니 설렌다. 15년간의 선수 생활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앞으로의 꿈을 전했다.

아울러 장미란은 “꿈 없었던 중3 학생이 역도를 통해서 국민의 사랑을 넘치게 받는 체육인이 됐다. 런던올림픽 이후 보내준 응원과 격려는 평생 받아도 잊지 못할 것이다. 역도 선수로서 누린 사랑을 재단을 통해 기부하겠다”며 팬들의 성원에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장미란은 1998년 처음 바벨을 잡은 이후 15년간 선수로 활약하며 2005, 2006, 2007,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를 4연패하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는 등 한국 역도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다음은 장미란과 일문일답.

-은퇴 선언 이후 지인들의 문자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정말 동료 선수들이 많은 메시지를 보내줬다. 같은 선수 입장이기에 서로가 어떤 심정인지 잘 알았을 것 같다. 재단 멘토가 되는 많은 선수들이 힘든 결정을 했다고 하면서 축하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이야기 하더라. 내가 먼저 축하해 달라 했다. 역도한 것처럼 하면 못할 것이 뭐가 있냐고 이야기 해주셨는데 자신감을 얻게 됐다.

-은퇴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런던올림픽 끝나고 나니 은퇴를 해야 하는 분위기로 가더라. 도리어 오기가 생겼다. 다시 열심히 해서 좋은 기록으로 은퇴를 하겠다는 다짐을 했는데 체전을 끝낸 뒤 많은 고민을 했다. 그만두고 새롭게 뭔가를 해야겠지 생각하다가도 선수 생활을 하다보면 운동만 하면 누릴 수 있는 것도 많고 그 안에서 나오기도 싫었던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마음만 원하는 게 아니라 몸과 마음이 같이 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그 두려움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리하고 결정하니 아무런 아쉬움 없었다.

-IOC 선수 위원에 대한 목표도 있다고 하던데

▲하고 싶다고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선수 위원은 내가 도전하는 것이고 그에 맞게끔 자격을 갖추도록 준비를 열심히 하겠다.

-IOC 위원 도전 결심 계기는

▲2008년 베이징 때 문대성 의원이 여러 노력을 하는 것을 봤다. 다른 대표 선수들이 그 전에는 꿈을 못 가졌는데 선배 모습을 보면서 꿈을 꾸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IOC위원은 스포츠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서 재단이 추구하는 사업들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준비하려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런던올림픽 이후다. 많은 어려움을 이겨냈고 많은 분들이 응원해줬다. 주위에서는 장미란은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 좋겠다고 했는데 올림픽 끝나고 그 어떤 선수보다 참 많은 사랑을 받고 있구나 하는 것을 가슴 깊이 느꼈다.

-30대 여성으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30대 일반 여성으로 돌아가도 특별한 것은 없을 것 같다. 꿈과 목표가 있기에 재단 활동과 학교 공부 등 꿈에 도전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 전에 선수생활 때 누려보지 못했던 학교생활 등을 충실히 해야 할 것 같다.

-고양시에 고마움도 있을 것 같은데

▲감사하다. 나 혼자 해서 잘한 게 아니고 가족들의 보살핌과 고양시청, 역도연맹이라는 울타리가 있었기에 좋은 성적을 냈다. 고양시에서 장미란 체육관을 지어줘서 아무런 불편 없이 훈련할 수 있게 해줬다. 선수들이 부러워한다. 나만 혜택을 누리는 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이 혜택과 사랑을 누리고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이 돼야 한다. 나보다도 좋은 선수가 배출될 수 있도록 믿기에 많은 부분에서 세심하게 도와줬으면 한다.

-선수 생활 중 아버지의 의미는

▲아버지가 나보다 아쉬움이 더 크실 것이다. 도리어 내가 아버지를 위로하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하신다. 그만큼 부모님께서 안팎으로 도와주셨다. 운동에만 집중하고 싶은 것이 선수들의 바람이다. 내가 하지 못한 부분을 아빠가 대외적으로 잘 해줬다. 운동하면서 먹는 것이나 정신적 문제를 엄마가 잘 기도해주면서 도움을 줬기에 3박자가 잘 맞아서 선수생활을 오랜 기간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가족의 역할이 도움이 됐고 이젠 내가 가족에게 그런 존재가 됐으면 한다.

-은퇴선언문에서 중학교 3학년 꿈이 없는 여학생이라고 했는데, 지금 중3 학생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게 있다면

▲내가 3학년 때 시작할 때만 해도 덩치가 있었고 외적으로 자신이 없는 친구들은 어디 가서도 자신이 없다. 늘 위축되고 기죽어 있고 그런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 친구들도 나를 보며 힘을 얻는다는 편지도 많이 받는다. 자의로 역도를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나에 대한 정확한 평가로 역도를 하게 됐다. 지금 청소년들이 미래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혼자 고민하는 것도 좋지만 주변에서 나를 위해 진지하게 조언하는 말을 듣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씩은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다보니 이런 좋은 일이 찾아오는 것 같다. 꿈을 버리지 않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가장 최근에 바벨을 들어 올린 건 언제인가. 지도자 계획은 없는가.

▲너무 오래돼 기억이 안 난다. 모든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 생활을 오래 하니 부족한 것도 많고 배워야 할 것이 많기에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후에 준비가 됐다고 하면 고민을 해볼 것 같다.

-‘포스트 장미란’이 아직 없는데

▲태릉에 있는 선수들이 훈련을 겪는 과정에서 내 뜻대로 연습이 되면 어려움은 없다. 다만 부상이 있거나 원하는 대로 훈련이 안 되는 것이 힘들 것이다. 후배들이 어떤 고민에 빠졌을 때는 의지를 다시 잡고 좋은 것만 생각해 가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어떤 상황이 되어도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다보면 어느 순간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 있더라.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세계정상을 지켜왔는데, 오랜 기간 정상에 있었던 힘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내가 역도 선수로서 가지고 있는 신체조건 등이 다른 운동을 했으면 그만큼 능력이 발휘 되지 않았을 것이다. 선수 생활에 방해되고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절제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힘든 날도 참 많았는데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신앙의 힘도 컸다.

-인간 장미란의 매력은?

▲2002년 태릉 들어가서 12년 간 한 번도 나오지 않고 생활을 했는데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어서 친숙한 느낌이 든 것 같다. 외모가 편안하게 생긴 것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그 안에서 여러 선수들과 교류하면서 나도 힘을 얻었다. 편하게 생각해주고 좋아해줘서 감사하다. 여자 선수들은 숙소나 사우나에서 이야기 하면서 친해졌다. 잘 생긴 남자 후배가 밥 사달라 하면 기분이 좋았다. 그것도 내가 계속 태릉에 있던 동기였다. 선수촌에서 인연을 맺은 선후배들은 나에게 큰 자산이다. 그 선수들과 함께 재능을 기부하기 위해 더 많은 교류를 해야 할 것 같다.

-오늘 너무 많이 울었는데

▲소감문을 보지 않고 말했다면 그렇게 울진 않았을 것이다. 은퇴를 결정한 것은 미련이 없었기에 들어올 때까지 마음이 담담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라는 생각이 나면서 은퇴를 실감했다. 그래서 눈물이 많이 났다.

-장미란이 역도사에 남긴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자기 신체에 가장 미안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기록이다. 역도는 숫자로 나타나는 종목이다. 새로운 기록을 내면서 도전했던 시간들이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올림픽, 세계선수권 4연패라는 기록들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몸에 미안한 것은 없다. 몸과 마음이 합쳐져 기록을 냈기에 미안하다기 보다는 자랑스럽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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