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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는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학대 아동을 유괴한 교사의 이야기다. 파격적인 설정이 전부는 아니다. 그 안에는 모성애란 무엇인가라는 진지한 고찰이 담겨 있다. 배우들의 호연, 탄탄한 대본과 아름다운 영상까지. 3박자가 맞아 떨어진 ‘마더’는 원작 그 이상의 완성도로 리메이크작의 새로운 기준이 됐다는 평가다. 내달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제 1회 칸 국제 드라마 페스티벌 경쟁 부문에 아시아 드라마로 유일하게 초청 받는 등 해외서도 인정받았다.
◇이보영부터 허율까지, 연기 올림픽
‘마더’는 극 특성상 다수 여배우가 출연한다. 4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마더’로 데뷔한 허율부터 7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이혜영까지. 누구 하나 구멍 없는 ‘연기 올림픽’을 펼친다. 때문에 “여배우가 설 무대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요즘, 더욱 유의미한 작품이다.
이들은 다양한 모성애를 제시한다. 납치를 통해 엄마가 되는 수진(이보영 분), 입양한 세 딸을 사랑으로 키운 영신(이혜영 분), 육아란 책임감이 버거운 자영(고성희 분), 피치 못하게 아이를 버려야 했던 홍희(남기애). “엄마는 아이를 사랑한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난 다양한 ‘엄마’들의 모습이다.
그런가 하면 허율, 전혜진, 고보결은 ‘딸’ 라인을 완성했다. 엄마에 대한 애틋한 사랑은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리메이크작에 있어 원작은 양날의 검이다. 특히 잘 만든 원작일수록 비교의 대상이 된다. 2010년 일본 NTV에서 방영한 ‘마더’의 원작 역시 뛰어난 작품성으로 국내서도 소문난 작품이었다. 작품의 색채를 유지하되, 국내 정서에 맞게 각색한 이가 정서경 작가다.
‘마더’는 정 작가의 첫 드라마이지만, 일찌감치 충무로에선 정평이 났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박쥐’(2009), ‘아가씨’(2016) 등의 각본을 맡았다. 극한에 처한 여성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점이 ‘마더’와 공통점이다.
◇묵직한 감동의 힘, 김철규 PD
‘마더’는 결코 유쾌한 드라마가 아니다. 신파가 아님에도 눈물을 쏙 뺀다. 비교적 무거운 분위기는 ‘마더’의 매력적인 색깔이지만, 일부 시청자에겐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그런 거부감을 덜어준 것이 김철규 PD의 영상미다. 문학적인 색채가 짙은 정 작가의 대본과 잘 맞아떨어졌다는 반응이다.
KBS 재직 시절부터 ‘여름향기’(2003), ‘황진이’(2006) 등을 통해 아름다운 영상을 선사했던 김 PD는 이번에도 영화 같은 화면과 따뜻한 장면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각 딸과 엄마의 미묘한 감정은 김 PD의 섬세한 표현으로 풍성하게 그려졌다 .
▶‘마더’는?
어린 시절 친엄마에게 버려진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수진(이보영 분)은 꾀죄죄한 혜나(허율 분)를 보며 과거의 자신을 떠올린다. 쓰레기 봉투에 담긴 채 버려진 혜나를 발견하고 납치를 결심한다. 그런 두 사람을 혜나의 친모 자영(고성희 분)의 동거남 설악(손석구)이 쫓기 시작한다. 수진은 우여곡절 끝에 영신(이혜영 분)의 도움을 받아 국외로 떠나려 하지만 경찰의 수사망에 걸린다. 혜나를 유괴해 거액을 요구하는 설악은 스스로 생을 마감하지만, 수진은 혜나를 빼앗기고 재판을 받는다. 그런 수진 앞에 혜나가 다시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