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제패' 서울의 아름다운 이별

  • 등록 2010-12-06 오후 12:28:34

    수정 2010-12-06 오후 12:33:54

▲ K리그 우승 직후 환호하는 FC서울 선수들(사진=FC서울)



[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10년만에 K리그 정상에 오르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FC서울(감독 넬로 빙가다)이 '아름다운 이별'을 경험했다.

서울은 5일 오후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유나이티드(감독 박경훈)와의 K리그 챔피언결정2차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서울은 앞서 치른 1차전(2-2무) 결과를 묶어 종합전적 1승1무를 기록하며 우승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서울이 우승을 차지한 건 안양LG 시절이던 지난 2000년 이후 10년만이라 감동은 더욱 컸다. 우승 확정 직후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은 서로 서로 얼싸안고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구단 프런트들의 모습도 여럿 눈에 띄었다. 경기장을 찾은 5만6,000여명의 팬들 또한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로 격려했다.

올 시즌 '성적'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거머쥐며 유종의 미를 거둔 서울은, 그러나 고대하던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자마자 주축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줄줄이 떠나보내는 아쉬움도 겪어야 했다.

측면수비수 최효진과 이종민, 날개 미드필더 김치우 등 세 명의 선수가 군입대를 위해, 안익수 코치와 최진한 2군 감독이 타 팀 사령탑으로 부임하기 위해 각각 팀을 떠나게 된 까닭이다.

경기 후 열린 우승축하연에 참석한 구단 프런트와 선수단은 너나 할 것 없이 떠나는 5인방을 상대로 악수와 포옹을 나눴고, 저마다 덕담을 들려주며 '새로운 출발'을 격려했다. 챔피언트로피를 배경 삼아 함께 사진을 찍으며 '추억 만들기'에도 열을 올렸다.

최효진은 "오늘은 우승팀의 일원인데 내일부터는 군인으로 신분이 바뀐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하다"며 야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김치우 또한 "우승의 기쁨을 충분히 느낄 새도 없이 입대하게 돼 아쉽다"는 말로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표정과 행동에서 K리그를 제패한 데 따른 만족감 뿐만 아니라 입대를 앞둔 청년으로서의 긴장감도 느껴졌다. 두 선수는 6일 오후 논산훈련소를 통해 나란히 군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는다.

한웅수 서울 단장은 축승연 도중 마이크를 잡고 새 시즌부터 K리그 사령탑으로 변신하는 두 명의 서울 출신 지도자들을 축복했다. 최진한 신임 경남 사령탑과 안익수 신임 부산 감독을 나란히 연단에 불러 올린 한 단장은 "그간 서울이 K리그 무대에서 고재욱, 조영증, 정해성, 박항서, 이영진 감독을 배출했는데, 이번에 두 명의 신임 감독이 추가됐다"면서 "최진한 감독과 안익수 감독의 성공을 위해 축배를 들자"고 제안해 환호성과 박수를 이끌어냈다.

우승과 함께 '10년간의 한'을 말끔히 풀어낸 FC서울은 새 시즌에 더 큰 목표를 설정해 도전할 예정이다. K리그 챔피언으로서 'AFC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전인미답의 경지를 향해 출항할 예정이다. 아울러 올 시즌 54만 여명의 관중을 끌어모은 여세를 몰아 내년에는 '60만 관중 시대'를 열어젖힌다는 청사진도 마련했다.

물론 이번에 팀을 떠나는 5인방은 서울의 새로운 계획에 동참하지 못한다. 주축 선수들과 능력 있는 코칭스태프를 줄줄이 떠나보낸 건 향후 서울에게 적잖은 손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은 이들의 성공을 기원하며 쿨한 이별을 택했다. 이것이 바로 우승자의 자신감이자 여유다.
 
▲ FC서울의 우승을 이끈 뒤 입대하는 김치우(왼쪽)와 최효진(사진=FC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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