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용 삼성화재 단장 "귀머거리 3년 단장으로 보낼 것"

  • 등록 2015-09-22 오후 2:20:34

    수정 2015-09-22 오후 2:22:02

신치용 삼성화재 배구단 단장.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아직은 ‘단장’이라는 칭호가 낯설기만 하다. 감독으로 20년간 활약하며 삼성화재를 최고의 팀으로 이끈 신치용 삼성화재 단장은 이제 한 발 뒤에서 팀을 돕고 있다.

신 단장은 새로운 자리에서 배구와 삼성화재를 새롭게 바라보고 있다. 경기장을 자주 찾고 있지만 관중석에서 조용히 지켜본 뒤 떠나기 일쑤다. 자신과 10년간 코치로 호흡했던 임도헌 신임 감독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신 단장은 “귀머거리 3년 단장’으로 보내려고 한다. 임도헌 감독이 ‘말씀 좀 해주세요’라고 얘기해도 ‘네가 알아서 해라’고 말한다. 내가 말하는 게 좋지 않다. 힘은 감독에게 실려야 한다”며 “감독직을 내려놓은 뒤 코트에서 본 적 없다. 2층 관중석에서만 경기를 봤다”고 말했다.

신 단장은 프런트와 선수단의 역할은 철저히 분리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이를 철저히 실천하고 있다. 누구보다 배구와 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원칙을 지키려 하고 있다.

신 단장은 “50년 동안 배구만 했다. 선수 18년, 코치 12년, 감독 20년. 처음에는 사무실에 있으려니 어색했다. 이제 내가 해야 될 일이 뭔지 알고 있다”며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들에게 민폐를 끼쳐선 안 된다. 내가 훈련장을 계속 가면 불편하지 않겠나. 이번 시즌 내가 잘못하면 주변의 입에 오르락내리락 하기 쉽다. 성적이 나쁘면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더 조심하려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신 단장과의 일문일답.

-단장으로 전지 훈련장을 방문하니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더 신경 쓰인다. 처신하기 어려운 게 많다. 배구단에 전혀 모르는 단장이면 선수단이 괜찮겠지만, 팀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으니까. ‘귀머거리 3년 단장’으로 보내려고 한다. 임도헌 감독이 ‘말씀 좀 해주세요’라고 얘기해도 ‘네가 알아서 해라’고 말한다. 내가 말하는 게 좋지 않다. 힘은 감독에게 실려야 한다.

-경기장을 찾아도 2~3세트까지 보고 조용히 간다고 들었다.

▲조언할 게 뭐 있나(웃음). 현장을 떠났는데. 감독직을 내려놓은 뒤 코트에서 본 적 없다. 2층 관중석에서만 경기를 봤다. 배구 이야기는 안 한다. 나랑 10년을 함께 한 감독이다. 나에 대해 잘 안다. 앞으로 바빠지지만 않으면 된다. 늘 겸손하게. 이번 시즌은 젊은 감독이 많은 만큼 실수 안 하기 싸움이다. 다들 마음이 바쁠 수 밖에 없다. 눈에 보이는 것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도 볼 줄 알아야 한다. 눈에 보이는 건 답이 나와 있으니까. KOVO컵이 끝나고 딱 한 마디 해줬다. ‘바쁘네’라고(웃음).

-무슨 의미인가.

▲흥분하지 말라는 얘기다. 뭔가 ‘보여주려 하지 마라. 그럼 실수한다’고 한 마디했다. 젊은 감독들이 뭔가 보여주려 하더라고.

-임도헌 감독은 투지와 감동 있는 배구를 말하더라.

▲임 감독은 뚝심 배구지. 지휘봉을 잡으면 선수 시절 팀 전술이나 스타일 등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다만 선수 때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지도하면 실수가 나올 수 있다. 임도헌 감독은 자신있을거다. 항상 냉정해야 된다.

-단장 업무에 벌써 적응했다는 평가다.

▲적응 안 하면 어떡하겠나. 50년 동안 배구만 했다. 선수 18년, 코치 12년, 감독 20년. 처음에는 사무실에 있으려니 어색했다. 이제 내가 해야 될 일이 뭔지 알고 있다.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들에게 민폐를 끼쳐선 안 된다. 내가 훈련장을 계속 가면 불편하지 않겠나. 이번 시즌 내가 잘못하면 주변의 입에 오르락내리락 하기 쉽다. 성적이 나쁘면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더 조심하려 한다. 그래서 인터뷰도 잘 안 한다.

-내부에선 현장과 프런트의 선을 긋고 ‘지원을 잘 해준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라.

▲당연하다. 선수로서, 코치로서, 감독으로써 현장에서 무엇이 바라는지 잘 알고 있다. 더도 덜도 말고 딱 내 역할에만 집중하려 한다. 넘쳐서도 안 되고 모자라서도 안 된다. 경기나 전술에 관해서 말해서도 안 된다. 임 감독과 소주 한잔 할 때 조금 조언할까? 선수단이 불편하지 않도록 만들어줘야하고,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면 쪼아줘야된다. 내가 빠졌다고 팀 중심이 흔들리거나 팀 문화가 바뀌어선 안 된다.

-지휘봉을 잡을 당시, 선수단이 예정된 시간보다 20분 일찍 움직이는 문화를 만들었는데.

▲그런 건 지켜야 한다. 흐트러지면 팀워크가 좋을 수 없다. 팀은 팀 문화가 중요하다. 팀 문화가 보이지 않는 힘이다. 선수, 감독, 코치, 프런트가 지켜야 할 기본은 뻔하다. 돋보이려 하면 무너진다. 삼성화재가 그 동안 계속 우승할 수 있었던 힘도 팀 문화라 본다. 정상에 계속 있으려면 모질지 않으면 못 지킨다. 그럴수록 더 모질러야 한다. 주변에선 ‘우승을 계속 하는데 감독이 더 쫀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왔다. 잠시 방심하면 팀은 확 내려간다. 있는 놈이 더 한다고 하지 않나. 20년을 정상에 있었는데 한 번 내려가면 다시 올라오기 힘들다고 봤다. 그래서 안 내려오려고 엄청 노력했다. 일명 버티기 작전이라고.

-현장이 그립지 않나.

▲아니다. 아마 나는 안 그리워할 것 같다. 지금까지 그리워한 적 없다. 창단 감독으로 모든 것을 내손으로 직접 만들었다. 삼성화재 배구단이 정말 앞으로도 좋은 팀, 좋은 문화를 가진 팀으로 발전해야하는데 단장으로 그 기반을 좀 더 다져주면 그걸로 끝이다. 새로운 삼성화재 문화가 만들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선수들이 현역 은퇴 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중요한 것 같다. 감독 때는 오직 이기는 것만 신경 썼는데 이제 선수들의 은퇴 후 삶도 신경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령 선수 교육이다. 비시즌 때 1주일에 2~3시간 영어 공부를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선수들이 현역에서 은퇴하면 그 이후 삶이 막막하다. 내가 가진 핸디캡이 어학 능력이다. 국제배구연맹에서 코치 위원회 활동을 부탁해도 영어로 강의해야 하니까 안 된다. 그런데 앞으로는 영어를 못하면 안 되잖아. 미래를 열어줘야겠다고 생각한다. 배구단에 좋은 문화를 정착시키고 싶다. 최근 강연에서 ‘배구 기술은 조금 떨어져도 노력의 기술을 가진 사람이 제일 잘 하더라’고 말했다. 역시 은퇴 후에도 노력의 기술을 가진 사람이 잘 되는 것 같다.

-배구단 뿐만 아니라 축구·농구 업무도 맡고 있는데.

▲아직은…그럴 입장은 아니다. 배구단 업무에 집중하며 배우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 프로 스포츠도 좀 변해야 한다. 계속 이런 식이면 미래가 없다. 기업에서 모든 비용을 지원해 운영되선 안 된다. 물론 유럽의 경우 프로 스포츠의 역사가 우리보다 오래된 만큼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프로 선진화로 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예전보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나.

▲그러지도 않더라. 감독 그만두면 시간 많이 나고 여유로울지 알았는데. 물론 감독 때는 일주일에 한 번 집에 갔다면, 지금은 매일 귀가한다. 이번 추석 연휴 때 내 식솔과 처음으로 여행(3박 4일)을 간다. 마음이 편해야 하는데(웃음). 나는 돈만 지원하고, 따라다니는거지. 손녀랑 놀고(웃음). 요즘 집에 가면 손녀랑 논다. 그 재미가 상당하다. 재밌다. 어제도 동네에서 손녀랑 놀고 있으니까 주민들이 신기하게 쳐다보더라. 점점 나이가 들다 보니 손녀처럼 좋은 선물이 없다. 내 자식 키울 때는 먹고 살기 위해 돌본 적이 별로 없는데, 나이 들어 시간 여유가 생기니까 다른거다.

-팀에 대한 애정이 많은 것 같다.

▲당연하다. 창단 감독으로 모든 걸 만들었는데. 그래서 내가 잘못 나서면 안 된다. 선수와 코치가 감독의 눈치를 봐야지, 내 눈치를 봐선 안 된다. 감독은 공명심이 많으면 안 된다다. 늘 겸손해야 하고 돋보이려 해선 안 된다. 임도헌 감독도 얼마나 부담스럽겠나. 나도 마찬가지고. 서로가 조심해야 한다. 오랜 세월을 함께 한 신뢰관계가 있으니까 걱정 없이 지켜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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