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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데뷔해 올해로 프로 48년 차가 된 한국 남자 골프의 전설 최상호(69)가 흐뭇한 표정으로 9년 만에 출전한 KPGA 선수권을 돌아봤다.
7일 경남 양산의 에이원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KPGA 선수권 with A-ONE CC(총상금 16억원) 둘째 날 2라운드. 9번홀에서 파 퍼트를 넣은 최상호는 2라운드 합계 10오버파 152타로 경기를 끝냈다. 김한별, 고군택과 함께 10번홀에서 출발한 최상호는 40~50야드씩 거리 차가 나는 후배들을 상대로 다소 버거운 경기를 했지만, 성적을 떠나 행복한 이틀을 보낸 뒤 1년여 만의 투어 나들이를 마무리했다.
최상호가 KPGA 투어 정규 대회에 출전한 것은 지난해 5월 GS칼텍스 매경오픈 이후 약 13개월 만이다. 이 대회 출전은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경기를 끝내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온 최상호는 “어제는 티샷할 때 팬들의 환호로 받다 보니 뿌듯한 마음이 들었는데 오늘 마지막 퍼트를 앞두고는 ‘1m도 되지 않는 퍼트가 안 들어가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부터 앞섰다”라며 “평소 챔피언티에서 라운드하면 2~3오버파 정도 쳐왔기에 나름 이번 대회에 나오면서 ‘하루에 4오버파씩 쳐보자’라고 생각했었는데 10오버파를 적어냈으니 2타를 더 친 셈이다”라고 1년여 만의 정규 대회 출전을 돌아봤다.
경기에선 아쉬움도 있었으나 이틀 동안은 경기는 최상호에게 또 다른 추억이 됐다. 그는 “경기는 힘들었지만, 골프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이틀이었다”라고 흐뭇해했다.
지금은 현역에서 한발 물러나 있지만, 53년 넘게 골프와 함께 해온 최상호에게 골프는 인생 그 자체였다.
최상호는 “프로선수에게 골프는 인생살이와 같다”라며 “처음 시작해서 정상에 올라갔다가 점점 내려와서 지금은 바닥에 있다. 그만큼 어려운 게 골프다”라고 골프와 인생을 비유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골프가 많은 대중에게 인기를 끌고 있고 계속 발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자신만의 골프철학을 엿보였다.
모처럼 투어에 나와 후배들과 함께 경기한 최상호는 따뜻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얼마 전에 최경주 선수가 최고령 우승 기록을 깨는 것을 보고 시원섭섭했다”는 최상호는 “기록이라는 건 깨지지 마련이다. 후배들이 빨리 기록을 깨야 투어가 더 발전해 나갈 수 있다”라고 후배들을 응원했다. 그러면서 “다만, 제가 KPGA 투어에서 43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해외 무대로 나가면 차별이 심했고, 저는 체구가 작아서 거리도 많이 나가지 않아 경쟁력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선수들은 기술적으로 상당히 뛰어나다. 지금은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할 때다. 국내에 안주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일흔을 앞둔 최상호는 다음을 기약하지 않았다.
그는 “아마도 이번이 끝인 거 같다”라며 “평생 시드권이 있어 아무 때나 나올 수는 있지만,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게 맞는 거 같다”라고 다음 대회 출전을 약속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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